공생을 위한 길닦기
공생을 위한 길닦기
  • 홍승희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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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을 위한 준비는 이제 웬만큼 갖추어져 가고 있다.

2002년 12월 나온 남북 사이 차량의 도로운행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시작으로 2년8개월만에 총 9개에 이르는 남북 경협합의서가 마련돼 며칠전 발효됐다.

지난달 말에는 개성철도도로 연결 실무협의회 제5차 회의에서 총 6개항에 이르는 남북간 합의 내용도 타결됐다. 북에서도 7월중 ‘북남경제협력법’을 제정함으로써 경협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 남북간 오갈 수 있는 길은 닦였으니 상호 신뢰 위에 윈윈할 사업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이 길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남과 북이 모두 경협에 특별히 정성을 쏟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서로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해방후 60년 분단의 기간은 단순히 영토적 물리적 분단 아닌 이념적 간격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아온 세월이었다.

그렇기에 이를 순진한 민족주의만으로 메워나가기는 어렵다. 더욱이 민족상잔의 상처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형제의 정을 아무리 강조해도 마음 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마냥 갈등을 이어가도 좋을 속편한 상황도 아니다.

글로벌시대 인류보편주의가 큰소리로 읊어질수록 이는 강대국의 국가주의를 위장하는 이념적 무기로 변해버리고 그 반작용으로서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그런 추세와 비슷하면서도 또 조금 다르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은 빠른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그동안 사회주의 이념으로 봉합했던 민족간 갈등이 폭발한 위험 또한 급증하고 있어 중화민족주의라는 새로운 민족이념을 창출해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잖아 중국내 조선족들은 형체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릴 것이고 우리는 중국 동북지역에서의 역사적 기억들마저 깡그리 소멸당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오히려 중국내 역사적 기억들을 흡수한 중국이 현대 한국사의 뿌리를 철저히 중국변방사로 잡아먹자고 나설 발판마저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차대전에서의 침략행위를 두 개의 원자폭탄 속에 묻고 전쟁 가해자에서 재빨리 피해자로 둔갑한 일본은 역사적 반성없이 여전히 주변국들의 영토를 넘보고 있다.

당장 과거와 같은 무력사용은 않는다 해도 경제력을 배경으로 역사기록의 왜곡·변조를 통한 기억의 조작을 도모하며 미국 학계를 그런 모의에 끌어들이고 있다. 동시에 착착 국방력을 키워가고 있다.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시도는 결코 중단될 가능성이 없고 머잖아 그들의 시도는 내외적으로 먹혀들 징후가 뚜렷이 보인다.

정규군 병력을 제외하면 이미 세계 4위의 국방력을 보유했다는 일본이 군사대국화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는 1990년대 개방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2000년 이후 매년 6%대의 높은 성장을 지속하며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한 상태다.

풍부한 지하자원도 있고 한 때 방황했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충분한 기술인력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국방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울어가는 제국 미국은 여전히 최강의 국방력을 지닌 채 세계를 향해 그 패권을 내려놓을 뜻이 없다.

그리고 미국의 뒤를 잇는 2, 3, 4위의 국방력 보유국들이 둘러싸고 있는 한반도에서 기득권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더욱 더 북을 압박하려 든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남과 북이 갈등하는 것은 제2의 6.25를 자초하는 일이 될 뿐이다.

어떻게든 4대 강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함께 손잡고 헤쳐 나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무력해진 북을 억지로라도 추스르게 도와가며 이 힘의 정글을 벗어나지 않으면 남는 것은 공멸뿐이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흡수합병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또 한번 한반도를 4강의 각축장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야말로 북이 힘들어하면 손을 잡아끌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업고라도 함께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그래서 어제의 갈등은 일단 접어둬야 하고 일방적 퍼주기라도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자고 우리는 지금 길을 열어가고 있다. 먼저 소통해야 하고 그러자면 밥그릇부터 나누는 한 식구가 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기에 경협은 더 늘려가야만 한다.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이지만 물론 개별 기업들이 얻을 이익이 일의 지속을 위한 동력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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