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법, 첫 발부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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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무리한 법안" 발언에 입법권 침해 '논란'
정무위·공정위 "심사 초기 단계" 진화 나서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단속을 강화하는 경제민주화법이 심사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일 재벌그룹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정무위원회 대안) 초안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개정안 초안에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30%가 넘는 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로 적발될 경우 명확한 증거가 없더라도 총수일가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처벌하는 '30%'룰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적발 시 징역 3년 이하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 △부당내부거래 범위를 현재의 '현저히 유리한 거래'에서 '상당히 유리한 거래'로 확대 △부당내부거래 최대 과징금 매출액 5%로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중 지금껏 부당내부거래로 적발 시 지원한 계열사만을 처벌한 것과 달리 총수일가까지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신설되고 그 범위도 확대돼 재계를 긴장시켰다. 더욱이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내부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포함돼 대부분의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차단되고 그 정당성의 입증책임도 공정위가 아닌 기업이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번지기도 했다.

◇ 朴 "공약에 없는 무리한 법안" 

이러한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무리한 법안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되는 내용 중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여야 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여당도 청와대의 의견에 동조하며 과잉규제 우려를 제기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6일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와 관련 "인기영합적 정책과 법률만 먼저 통과되면 실제 경제활동은 자꾸 위축되고 일자리창출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발표에 대해 '입법권 침해'와 '경제민주화 정책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브레이크나 가이드라인 없으면 여야는 원칙을 지키며 더욱 유연하고 빠르게 합의해낼 수 있다"며 "청와대도 브레이크를 걸지 말고 국회에서의 논의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대변인 또한 브리핑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필요성과 절실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닌가 우려된다. 대통령의 3권분립 인식에도 큰 문제가 있는 듯하다. 입법권에 관련된 사안을 미리 언급해 여당에 압력을 가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또한 논평을 통해 "그간 국정과제에서의 경제민주화 실종, 재벌 대변 변호사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 등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며 "그런데 다시금 국회 정무위의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주장했던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그 원칙, 기조, 내용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정무위 "아직 심사 초입 단계일 뿐"

상황이 크게 번지자 일부 정무위원회와 공정위에서는 해명 및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은 "여러 항목에 대한 내용이 마치 여야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법안 심의는 사실상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법은 100걸음 가야 한다고 하면 이제 첫걸음을 내딛은 상태다. 심사를 딱 한번 했다"며 "좀더 긴 호흡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정위 또한 해명에 나서며 "재벌 계열사 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일부 거래만 예외적으로 허용 된다는 내용과 입증책임이 기업에게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계열사 간 거래를 원칙금지하고 예외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허용, 예외금지"라며 "예외적으로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금지하는 것이며 보안이 중요하거나 수직계열화된 효율적인 거래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바처럼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입증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도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공정위가 지는 것처럼 앞으로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가 불식되도록 법문안을 보다 명확하게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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