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김형태 자본硏 원장, '삼성 예찬론'에 일침
[CEO&뉴스] 김형태 자본硏 원장, '삼성 예찬론'에 일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김형태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사진)이 최근 강연에서 삼성 예찬론에 일침을 가했다. 삼성의 성장방식은 물론 삼성의 덩치가 커질수록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1일 김 원장은 서울 여의도 63빌딩 주니퍼홀에서 열린 상장사협의회 조찬강연회에서 '창조경제 시대의 기업금융정책과 금융시장'이라는 주제로 1시간 가량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 서두에서 김 원장은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추격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전세계에서 '베스트 넘버 투'라고 불린다. 아이폰 등 새로운 게 있을 때 효율적으로 따라가서 잘 성장했기 때문"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구조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속에서 나온 것이 대통령과 신정부의 창조경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같은 추격경제에서 벗어나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참을성 있는 교육제도, 참을성 있는 자본시장, 그리고 참을성 없는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해도 교사 및 교육자들이 끝까지 그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는 참을성 있는 교육제도가 미국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창조적인 기업의 밑바탕이 됐다고 것.

또 같은 의미로 기존에 없던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것을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들은 트랙레코드 없고 위험성도 커서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런 회사들은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모듈화된 금융이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참을성 없는 독과점 규제란 어떤 시장에서 한 기업이 과도하게 커져 새로운 발전을 막는 존재가 될 경우 과감하게 칼을 대야 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지난 1980년대 IBM이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을 때 미국은 이를 과감하게 개혁해 현재의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원장은 최근 일고 있는 대기업 규제에 대해서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기업을 '때려잡자'는 식의 규제는 부작용이 크지만, 시스템적으로 중요해진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원장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18~19%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그룹 전체로 확대하면 25%에 이른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이 기껏해야 4% 내외인 것과 비교할 때 삼성전자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업들은 부채비율, 유동성, 자기자본에 관해 추가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며 "삼성이 중요하면 그 만큼의 규제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당국의 지원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예전 IT 버블 시기에는 삼성전자 다니는 사람이 그만두고 나와서 벤처회사를 창업하는 그런 끓어오르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삼성전자 관두고 이걸 해야 더 이익이 있을 거 같다. 그런 생각이 들도록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끓어오르는 창조경제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