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벼랑끝 전술' 관전평
카드업계 '벼랑끝 전술' 관전평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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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 카드채를 위기돌파용 무기로 당국에 '으름장'
연체율 급등으로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 LG 현대카드 등 재벌계 전업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한 끝에 희미한 희망 한 자락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들이댄 무기는 80조원에 달하는 카드채. 이들은 ‘카드사발 금융대란’ 운운하며 금융당국을 압박했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업계의 저항에 다소 입장을 후퇴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삼성 LG카드등 9개 전업 카드사들에게 경영개선 명령과 함께 약 1조원에 달하는 증자를 요구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증자 요구는 이들 재벌계 전업 카드사들의 심각한 적자 상태를 개선시킬 방법이 현재로서는 증자 외에 달리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업 카드사들은 지금같은 경영환경에서는 증자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업 카드사들의 고민은 증자를 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경영환경에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데 있다.

연체율 증가와 더불어 부대업무비율 50대 50 규제, 수수료율 억제, 현금서비스 미사용분 대손충담금 적립 등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가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인식 저변에 깔려 있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작년말 기준 11.2%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LG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의 1, 2월 적자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1개사 적자폭이 대략 월별 3천억∼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 한해 이들 대형카드사 한 개사의 적자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은 중소형 카드사에도 해당된다. 규모만 다를 뿐이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카드는 적자폭의 확대로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감원과 현대카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적자는 현재 650억원 가량으로 경영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1천500억원 증자를 하기 위해 그룹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태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 투자를 받는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알려졌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해 그룹의 증자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카드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위기감을 가중시키는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바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대환론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A사의 경우 대환론 규모가 7조원대에 육박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중 4조원 가량이 대손충당금 적립 대상인 30일 이상 짜리이며 3조원는 30일 미만인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위사로 내려갈수록 규모만 다를 뿐이지 고민은 매한가지다. 저마다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대환론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생각보다 카드사의 속병이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조차도 정확한 수치인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어서 카드업계의 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카드사들의 위기 의식이 그동안 금융당국에 제대로 전달되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사 부사장단간의 긴급회동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금융당국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건의를 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업계와 금융당국의 시각차가 너무 커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시각은 적자확대로 위기에 몰린 카드사의 건전성 확보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과당경쟁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감원은 업계와 만나서도 연체율 확대도 결국 업계의 과당경쟁이 불러온 자업자득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그 손실을 떠안아야 하며 신용불량자 양산을 불러온 과당경쟁을 줄이기 위한 규제도 풀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시켜 줬다.

반면 업계는 은행-카드사-대금업을 비롯한 사금융 등 가계 자금 순환구조에서 카드업의 시장 파이가 커진 것으로 이를 금융당국이 방치한 측면도 있으니 업계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카드업계는 카드사들이 발행한 카드채 규모가 업계 추산 80조원(회사채, CP, ABS 포함)에 달해 카드사의 경영위기는 곧 카드사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가 요구하는 대책은 증자에 앞서 금융당국이 지금의 카드업 규제를 완화해 주거나 풀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같은 요구는 금융당국과의 인식차를 전혀 좁히지 못한 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전협회 건의안과 지난 10일 카드사 회동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업계는 14일 오후 현행 최대 53일인 신용공여기간을 미국 등 선진국 기준인 25∼30일로 추진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신용판매대금을 조기에 회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연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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