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과 정치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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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경제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에 대해 대다수는 앞날을 걱정을 하지만 일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성장률 하향과 동시에 대규모 추경 편성에 들어간 모양새가 2009년 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즉, 그 때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추경 편성을 위한 명분용으로 성장률 쇼크를 가했다는 얘기다. 전례가 있으니 그런 의심이 나름 근거를 갖고 있다.

게다가 작년 9월 당시 정부의 2013년 성장률 전망치 4%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하향조정했다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정부 전망치가 전례 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외국계 여러 금융기관 등 다수의 해외 전망치보다 낮은 것은 물론 평소 정부보다 보수적 전망을 해온 한국은행 전망치보다도 낮으니 일단 의심을 살만하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일단 전 정부의 전망치도 지난 연말 3.0%로 낮춰 잡은 데다 IMF도 지난 2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6%에서 3.2%로 낮췄고 한국은행도 3.2%에서 2.8%로 내리는 등 곳곳에서 올해 한국경제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어둡게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작년 말 전망치 3.0%는 정책효과나 정책의지를 담은 ‘목표치’의 성격이라면 이번 전망치는 오로지 객관적인 ‘전망’만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경제상황도 변했다. 지난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5%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0.3%로 낮아진데다 올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물론 당장 공약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할 새 정부 입장에서 추경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의 선택이 잘못됐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어차피 정책은 정부의 의지를 발현시키는 것인 만큼 끊임없이 우선순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도 늘려야 하고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성도 해소해야 하고 복지 공약도 더는 미룰 수 없는 단계에서 내건 공약인 만큼 지켜져야 한다. 그러자면 예산확대는 필수적이다.

당초 물러나는 정부의 안간힘이 깃든 부실전망을 토대로 짜인 예산이 눈속임에 가까웠지만 진정으로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예산은 늘어야 한다. 그 공약이 성장을 뒷전에 둔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품을 일으키며 숫자놀음식의 성장률에 연연하기보다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만한 불안정한 소득구조, 부의 편재 문제를 완화시킬 필요성을 인식하고 나온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차라리 올 한해 더딘 성장률을 보이더라도 사회의 저변을 다져둘 필요가 크다. 이미 중산층들, 그 중에서도 상위그룹까지 불안감이 커지는 경제상황이지만 동시에 현재의 어려움을 일정기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근래 만나 본 중산층, 그 가운데서도 상위계층에 속하는 주부들의 반응에서 그런 기류가 확실히 감지된다. 빌딩 한두 채 갖고 있다면 분명 우리사회의 상위계층이다. 그런 계층에서 요즘 월세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며 불안해한다. 그런 그들도 그들보다 하위계층의 소득이 늘어야 자신들의 소득안정을 가져온다는 데 생각이 미친 듯하다.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마인드다. 이게 보수 여당에서 ‘복지’를 말하고 ‘경제민주화’를 구호로 내건 박근혜 효과인가 싶어 놀랍기도 했지만 어떻든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반증인가 싶어 반갑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이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 수단이라고 신앙처럼 믿던 이들 중에서도 이제 와서는 떨어질 만큼 떨어진 지금의 아파트값을 ‘정상’으로 인정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당장 본인들의 입장이 갑갑하게 되긴 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설프게 경기부양 시키겠다고 부동산 거품이나 만들어내서 이런 중산층의 인내를 헛되이 하지 말 일이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로 사회적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것과 더불어 이제까지처럼 ‘기업’을 돕기보다 ‘노동자’를, 약한 개개인을 직접적으로 도와줌으로써 사회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기층부터 차근차근 안정화시켜가는 일이야말로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을 회복시키는 원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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