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十匙一飯과 小貪大失
<기자수첩> 十匙一飯과 小貪大失
  • 김성욱
  • 승인 2005.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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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의 화두 중 하나로 ‘공익’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은행에서 최근 휴면예금을 기초로 해 은행연합회가 공익재단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보험업계도 휴면보험료의 처리방안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해 왔는데, 은행권의 공익재단 방침에 자극을 받아(?)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카드업계도 연초부터 쌓여가는 포인트를 각종 공익단체 등에 기부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공익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상품까지 출시됐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기부전용 카드인 ‘아름다운 카드’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그냥 생색내기식 상품이 아닌 주력 상품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신한카드 홍성균 사장은 이 카드를 출시하면서 “카드 사용을 통해 해외 선진국처럼 자연스럽게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솔직히 이 상품이 성공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홍 사장의 자신감과는 달리 아무런 서비스 혜택도 없는 카드를 누가 선택해 사용하겠느냐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각 카드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포인트 기부제도의 참여자도 부족하고, 또 온갖 카드 서비스에 적응돼 온 소비자들을 보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이 카드는 지난 15일 1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20일만에 일궈낸 성과다. 일반적인 생각보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듯 해 아름다운 카드의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이처럼 신한카드의 성공을 보면서 은행연합회의 휴면예금을 활용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취지에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의 선택이 당정이 휴면예금을 국고로 환수해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에 대응해 나오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은행권이 정부에 대응책으로 공익재단 설립 의지를 밝히자, 여당에서도 은행권과 똑같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남의 돈’을 놓고 은행과 여당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이 최근 ‘착한 일(?)’을 찾기에 열심이다. 그러나 그 뒤에서 기득권 싸움이 벌어진다면 착한 일에 칭찬해 줄 사람은 없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서로 협조를 해서 좋은 일은 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사자성어 중에는 또 ‘소탐대실(小貪大失)’도 있다. 공익사업을 생색내기 위해 눈치로 시작했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은행과 여당의 기싸움도 정말로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싸움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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