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IT업체 과당경쟁 재연되나
<기자수첩> 금융IT업체 과당경쟁 재연되나
  • 임희정
  • 승인 2005.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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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업계는 신탁업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법 개정으로 신사업을 취급하게 되다보니 이래저래 준비할 것으로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탁업 준비와 관련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전산구축.

이에 증권사들은 아직 신탁업 취급과 관련해 사업인가를 승인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산구축을 위한 업체 선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최근 증권사들이 신탁업 취급과 관련해 전산구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업체선정에 또다시 과당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A증권사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권을 따기 위해 IT업체들이 잇따라 제안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은밀히(?) 낮을 가격을 제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귀뜸이다.

현재 신탁업 전산구축과 관련해선 제일 FDS, 코스콤, 대신정보기술, 세리정보기술, 아이파스, 이노티지 등 6개 업체가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IT업체의 과당경쟁이 공멸을 자초하는 사례는 이미 HTS업계에서 익숙히 보아온 광경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먹고살기 급급한 IT업체들이 잇따라 낮은 수주가격을 제시, 고객사만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영업이 결국 업계 공멸이라는 화를 자초한 것.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들 업체의 과당경쟁은 계속돼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력을 헐값을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업체간의 과당경쟁이 결국 ‘공생’이 아닌 ‘공멸’로 이어진다는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한정된 시장을 놓고 업체간의 과열경쟁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개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업계의 관행처럼 IT업체들의 경쟁을 유발시켜 헐값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금융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하지만 이제는 개발업체들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시스템을 구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모 증권사가 HTS 개발을 위해 각 개발업체에 제안서를 보내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컨텐츠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한 IT업체가 선정과정에선 탈락하고 아이디어만 노출돼 남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사실을 인식, 더 이상 창의적인 컨텐츠가 없으니 증권사가 한번 제시해 보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한다.

이제 개발업체는 자기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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