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정책 쓸만한 '카드'가 없다
새정부 경제정책 쓸만한 '카드'가 없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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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수출, 투자 어디도 기댈 곳 없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10일, 재정경제부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업 투자 활성화를 향후 중점 경제정책 추진 방안으로 내세웠다. 가계연체율 급증,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내수 진작이나 수출 증가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임을 설파한 뒤였다.

그리고 곧바로 SK글로벌 사태가 터졌다. 재정 조기 집행과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개혁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투자심리는 급랭했다. 은행권은 그간 지속해 온 구조조정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트리플 악재로 기업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쓸 카드가 더 이상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부 말기 돌파구로 삼은 내수 경기 진작은 현재 가계부실 심각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연말 대중국 수출 증가로 기대를 걸었던 무역수지도 고유가, 환율불안 등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그간 시장에선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나면 세계경기가 급선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북핵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도드라지고, 기업의 투명성 문제까지 불거지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이전 김대중 정부가 선택한 경기부양책은 강력한 내수 부양정책이었다. 세액공제 등으로 국민들에게 카드사용을 권장했고, 부동산 가격도 굳이 잡으려 들지 않았다. 또한 특소세 인하 등으로 미래 소비를 앞당겼으며, 증시안정화 등을 이유로 근로자증권저축 등 세액공제상품을 대규모로 내놨다.

이에 따라 현 정부에서 단기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 기대를 걸었던 수출은 외부 상황이 좌우하고, 환율과 물가를 고려할 때 금리인하 정책도 쉽게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발표한 재정집행 조기 실행이 유일한 정책다운 정책이지만 재정정책은 최소 6개월은 지나야 간접 효과가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기대를 끌기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일부에선 찜통같다. 차라리 이라크전이라도 빨리 터져 큰 방향이라도 짐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섞여 나오고 있다.

21일, 이정재 금감원장이 내정됨으로써 새 경제팀 진용이 짜여졌다. 시장은 새정부 경제팀이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정치, 경제, 외교 트리플 악재를 헤쳐나갈지 기대 반, 우려반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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