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와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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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다른 두 개의 큰 뉴스가 29일과 30일 잇달아 들려왔다. 차기정부 첫 국무총리 지명자가 지명된 지 닷새 만에 속출하는 의혹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난 소식과 국내 발사대에서 쏘아 올려져 최초로 궤도진입에 성공한 나로호 소식이 그것이다.

하나는 속이 답답한 소식이었다면 하나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속이 시원해졌을만한 소식으로 공통점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큰 뉴스. 그런데 그 두 개의 뉴스를 접하면서 나이든 세대로서 드는 필자의 감정은 묘하게도 둘 다 우리 사회가 어떻든 착실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이런 감상에 의아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 소식이야 1단 추진체 기술이 전적으로 러시아 기술에 의존한 것이라고는 해도 우리 땅에서 발사에 성공한 첫 인공위성이 우리 과학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임을 모두가 인정할 터다. 이미 위성체의 성과는 그동안에도 여러번 보여준 일이지만 발사체의 성공은 처음이니 몇 차례의 실패를 딛고 성공적으로 지구궤도 진입을 마침내 이룩했다는 사실에 칭찬을 아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스스로 사퇴했다고는 하지만 국무총리 지명자의 조기 낙마 이유들이 어딜 봐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냐는 의문이 들 만하다. 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들의 병역비리의혹, 그 어느 하나도 빠짐이 없었으니 더욱 그럴 법하다.

특히 이번에 중도 낙마한 김용준 지명자의 경우 헌법재판소장을 거치면서도 사회적 평판이 좋았던 온건보수주의자, 그래서 야당도 지명 초기에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사회적 어른이었기에 지명 후 여러 언론을 통해 줄줄이 들춰지는 각종 의혹은 오히려 국민 모두의 당혹감을 넘어 사회적 실망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60~80년대를 젊은 눈으로 보고 살아온 필자 세대들이 보기에 그 시대를 살면서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몰라도 부동산 투기 정도는 웬만한 중산층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당연한 재화 획득 수단이었기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드물 지경이었다. 오히려 공직자의 부정을 막기 위한 부인들의 땅장사가 은연중에 장려되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대규모 개발계획을 이용한 땅투기가 아니라면 조그만 땅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는 일은 투기로 여겨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던 이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지도층을 이루고 있다.

물론 그런 과거의 행태가 옳았다고 변호할 생각은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그 지점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분위기가 땅장사를 용인하던 시절이었다고는 하지만 실상 땅장사로 돈 벌던 이들 대부분의 사례도 공직자들이나 대기업 임직원들의 얘기일 뿐이다. 과거나 현재나 대다수 중산층들에게는 집 한 칸이 전 재산일 정도다.

평생 열심히 일하고 모은 저축이 모조리 집에 묶여 있다. 그래서 하우스푸어 문제가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 집 하나 갖는 꿈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간신히 집 한 칸 지님으로써 중산층으로 평가될 뿐 그들의 삶에 여유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이들이 요즘 스스로가 중산층인지를 의심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아파트 한 채 지니고 산다는 이유로 수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령연금 대상에서도 제외된 이들의 추운 노년을 보면 그들이 사회 전반의 구조 속에서는 중산층으로 분류될지 몰라도 스스로는 빈곤층이라고 여기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청문회 대상자들마다 하나같이 부동산 투기 문제가 걸려나오는 현실에 절망한다. 비리 의혹 백화점 같은 한국 사회 지도층을 보며 젊은이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 사회적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감히 말을 건네자면 바로 그런 비리들이 문제될 수 있다는 자체가 한국 사회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과거 우리 사회 특권층들에게 그 정도는 전혀 문제시조차 되지 않았기에 그들 속에 비리가 만연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걸 문제삼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그것이 바로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징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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