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정말 괜찮은가
올해 경제 정말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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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제성적표가 발표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아 0.3%로 주저앉은 이래 최저인 2% 성장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런 성장률도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얻은 성과이니 재정효과를 빼면 1%대의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와 한은은 올해 경제에 대해서도 예의 그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 “최근 경기 회복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경제통계국 김영배 국장도 “지난해 우리 경제가 안개 속에서 비포장도로를 달렸다면 올해 경제는 안개가 걷힌 비포장도로”라고 표현했다. 돌부리나 웅덩이를 비켜갈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침체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이다. 이런 희망적인 전망을 들으며 함께 희망을 갖고 싶다. 그러나 이런 낙관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은지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해 내내 바깥으로부터의 신호가 위험을 알려올 때조차 낙관적 기대를 놓지 않았던 기재부와 한은이다. 그 덕분에 일 년 내내 성장률 전망 수치를 하향조정해야만 하는 굴욕을 당했다. 2012년 4.4분기 들어서서도 내내 긍정적 기대를 포기하지 못했지만 결과는 4분기 GDP 실질성장률 1.5%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자체가 터무니없는 성장 공약으로 집권하고도 결과는 집권 5년간 경제개발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최소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한국경제가 처한 입지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 뿐이다.

올해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수출업체들이 비상을 건 상태에서 출발했다. 요 근래 일본 기업을 앞섰다고 희희낙락하는 주력 수출업종의 몇 개 기업들이 한국경제를 견인해왔다. 그들은 바로 그 일본기업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런 일본기업들이 아베노믹스로 낮아진 엔화가치에 힘입어 한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고급화 전략이 올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한 단계 아래 시장을 되돌아 볼 수도 없다.

세계시장에서 중국기업들과의 경쟁은 아직 몇 년 정도의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중국시장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또 달라진다. 우리 무역상대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시장이 차츰 자국산 제품들로 채워져 가는데 우리는 그들과의 경쟁에서 가격은 열세에 있고 기술도 절대 우위에 있지 못하다.

생산 부문은 그렇다 하고 GDP 성장률에 비해 GDI, 즉 국내총소득은 2.3% 성장해 총생산 성장률은 웃돌았다는 점도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긍정적 결과로 볼 수 있겠으나 내막으로 보자면 부의 집중이 더 심화된 결과를 반영할 뿐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집 한칸 지닌 중산층의 현실은 심각해진 하우스 푸어 문제가 대변해주듯 앞길이 더 캄캄해졌고 그나마 그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서민들의 삶은 생계형 부채 증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상황에 어떤 개선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에 변화가 없고 영세사업자들은 끊임없이 창업하고 말아먹기를 반복하며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퇴직금 투자해 시작한 장사가 파리 날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소비 위축 현상을 흔히 매스컴에서는 “지갑을 닫았다”고 표현들 하지만 실상은 지갑이 비어버린 상태에서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쓸 돈이 없으니 최소한의 지출 이외에 달리 지출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개개인의 소득이 늘었다면 지출이 늘거나 저축이 늘어나는 구체적 증거들이 포착돼야 마땅하다. 그런 증거들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실질적인 소득 증가가 없고 더 나아가 치솟은 물가로 불가피한 지출은 늘어나며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된 서민들이 크게 늘었다는 반증이 될 뿐이다.

분배를 반(反)성장으로 몰아세우며 대기업 중심 경제로 몰아간 후유증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앓아야 한다. 그마저 피하려 하다가는 정말 회복불능 상태로 떨어질 뿐이다. 지금도 늦었다. 더 늦출 꼼수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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