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성공 여부, 지속 성장 관건
SC제일은행의 본격적인 출항과 함께 금융대전에 돌입한 은행권에 또한번의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예견의 저변에는 지속적인 M&A를 통해 고속 성장을 거듭한 스탠다드차타드(이하 SCB)에 대한 기대와 경계심이 깔려 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글로벌 뱅크로 이름값을 올린 SCB도 치명적 한계와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A시중은행은 내부보고서를 통해 구 제일은행을 인수한 SCB가 조직 내외적으로 숱한 난관에 봉착, 글로벌은행으로서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영국계 은행인 SCB가 HSBC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아시아 지역은행이긴 하지만 저성장 지역에만 지나치게 의존, 경영부실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SCB의 순이익 규모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이러한 경영부실을 계기로 1998년과 2001년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내부적 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보고서는 타 글로벌 은행들의 아시아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이 지역에 영업기반을 둔 SCB 등 현지은행들의 압박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지역은행 중에서도 SCB의 고민은 남다른 수준”이라면서 “SCB에게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은 벅차기만 하고, 그렇다고 특정 지역에만 집중하는 소규모 현지은행으로 남아있기에는 성이 차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SCB는 현 CEO인 머빈 데이비스 회장 취임 후 수익성 강화의 발판을 마련, 현격한 경영개선을 이룩했다. 2003년 전년대비 영업이익 22% 성장, 대손충당금 25% 감소, ROE 15.3%라는 혁신적인 성과도 머빈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의 결과라는 게 내외부의 평가다.
그러나 보고서는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접어들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향후 2~3년 내에 새로운 전략방향 수립을 통해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아시아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관적 분석은 저성장 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된 비효율적인 영업기반에 기인한다.
SCB는 세계 56개 국가에서 직원수 3만명(79개 인종)이 넘는 광범위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과 달리 2003년말 현재 SCB의 총영업이익 구성비율을 보면, 전체 68%(인도 포함)가 아태지역에서 창출되고 있다. 세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72%로 나타나 아시아 지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 2개 지역에서 창출되는 총영업이익과 세전 영업이익 규모는 각각 전체 39%, 43%에 달해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SCB가 현재 누리고 있는 글로벌뱅크로서의 프리미엄 소멸로 이어져, 결국 대형 은행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현 경영진이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선도은행을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한 것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는 영업기반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고성장이 기대되는 주요 시장에서 추가 M&A를 단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입장에 동의, 최근 구 제일은행과의 합병이 미래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SCB가 시도했던 M&A가 제일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와 좌절로 이어지면서 조직내 사기 저하는 물론, SCB 경영능력에 대한 외부의 회의적인 시각도 크게 증가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SC제일은행의 출범과 함께 머빈 데이비스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회복됐고, 그룹 입장에서도 성장의 활로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SCB는 최근 수년간 M&A 시장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1999년 발리은행 인수 시도 당시, 이에 반감을 지닌 발리은행 직원들이 각종 비리와 부정, 인종차별적 행위를 부각시키면서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0년 9월에도 홍콩 소재 Chase Manhatan Bank의 신용카드 및 소매금융 부문 인수했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결국 SCB는 이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적립금 부담으로 수년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한미은행 인수 시도 당시 라이벌 그룹인 씨티그룹에 패배, 내부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보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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