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펀드 설립에 부쳐
인프라펀드 설립에 부쳐
  • 홍승희
  • 승인 200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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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가 기획, 설립한 인프라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시중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국책사업의 민간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서 일단 참신성이 돋보인다.
여건도 괜찮은 편이다. 시중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는 유동자금들이 부동산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며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 자금의 일부라도 흡수해 건강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일반 개인들이 참여하기는 어려운 사모펀드 형태로 추진되고 있지만 향후 성과를 봐가며 보다 참여대상을 확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현재 추진 중인 것으로만 보자면 일단 공공성이 강한 사회인프라이면서도 수익사업 형태를 띤 인천공항철도, 서울·부산간 고속도로 등이 주테마로 진행되는 듯하다. 그밖에도 민자유치 사업 등을 위주로 2~3개의 펀드를 추가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앞으로 여러 다른 사업들도 펀드 설정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당면한 대규모 예산 수요로서 수도권 집중 완화 및 국토 균형발전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될 공공기관 지방 분산 이전에 따르는 소요비용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 관계나 남북관계 등의 진행 상황에 따라야 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바람직하기는 남북경협에서도 이런 자금 조달 방식이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민간 참여가 활발해질 때 남북경협에 따르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들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한민족이 함께 평화를 향한 한걸음을 보다 안정적으로 내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긍정적 기대효과를 내포한 사업이지만 몇가지 전제돼야 할 안전장치들이 강구됐는지가 염려된다. 아무리 바람직한 사업이라도 처음 시도할 때의 좋은 의도만 개입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불필요한 개입들로 인해 잡음이 일기 쉽기에 그런 개입들을 최소화할 안전장치는 필수적이다.
그동안에도 정부 혹은 지자체 등의 몇몇 공공사업을 민간자본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지만 대개는 몇몇 대기업들의 독점적 수주와 그 뒤를 잇는 하청, 재하청 구조의 건설업계 관행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그래서 갖은 잡음들을 만들어내기 십상이었다. 수주 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관행들은 곧잘 부패의 고리를 형성하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투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 혹은 전관예우적 자리 마련 등으로 인해 사업성을 뚝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업 기획자와 운용자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분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함에도 기획자가 최종 마무리까지 하려는 과욕으로 당초의 신선한 기획 의도는 사라지고 너저분한 오명만 남기는 경우도 흔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획예산처가 기획한 펀드는 처음부터 한국인프라자산운용이라는 별도 기구를 만들어 진행된다고 하는데 운용 주체를 신중히 고려하고 추진된 것이기를 바란다. 행여 이런 기구마저 전관예우를 위한 자리 마련의 사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또한 현재는 사모펀드 형태로 자금 조성을 하는데 사업 초기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그리 했을 것이지만 자칫 사모펀드 참가자가 해당 투자사업 참여자와 겹치거나 할 경우 일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하는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이 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좀 명확히 드러난다면 일 진행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정부 주체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단순히 재정부담 만을 고려해선 곤란하다. 기획예산처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공공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선호될 수 있겠지만 정부 사업은 보다 다각도의 영향력 검토를 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시중 부동자금의 흡수를 위한 건강한 투자처가 되도록 하는데도 신경을 쓸 필요가 크다. 사업성 또한 그만큼 깊이 생각하고 추진돼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어떤 사업이든 국가공동체의 공생이라는 목표를 늘 염두에 두는 공직사회의 책임의식을 체화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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