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N시장 이대로 좋은가!
ECN시장 이대로 좋은가!
  • 임상연
  • 승인 2002.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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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존립 의미 상실된 시장...통합이 해법" 주장
지난 2일 정부는 개장 이후 성장 기미를 보이지 않는 ECN시장을 살리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빨리 가격변동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한국ECN증권과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초 가격변동제 도입이 ECN시장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ECN시장에서의 주식거래가 정규시장의 종가기준으로 이루어지면서 앙꼬빠진 찐빵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이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대체적 분위기는 ECN시장의 도입 명분과 실효성이 사라진 지금, 무리하게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제도적 완충장치가 없는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감독당국과 증권업계에서 경제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증권시장 통합 논의가 급속히 이루어는 상황에서 ECN시장의 존폐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7일로 개장 1주년을 맞는 ECN시장과 관련, 가격변동제 도입에 따른 향후 시장 변화와 문제점 그리고 존폐 논란을 집중 점검한다.


- ECN시장 현황

지난해 12월 27일 개장한 ECN시장은 투자자의 장 중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부담 해소 등의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정규시장의 종가기준 거래라는 약점으로 인해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장이래 하루평균 거래량이 손익분기점의 10분의 1 수준인 30억~40억원 정도에 머물며 더 이상 성장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 주체도 99%가 일반 개인투자자들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의 이 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도입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ECN시장이 지리멸렬한 이유는 시장에서의 가격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또 투자종목이 코스피200 및 코스닥50 등 250개 종목으로만 한정돼 있어 정규시장의 투자 주체를 모두 끌어들일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정규시장 종가기준으로만 거래토록 돼 있어 단순 교환 이상의 시장기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규시장 마감 직전 고의적 투매 등으로 급격한 가격변동이 일어나도 ECN시장에서 조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장 마감 후 생성된 정보를 활용한 투자도 이루어질 수 없다. 즉, 거래 유인(誘因)을 원천봉쇄시켜 놓은 이름뿐인 시장인 것이다.

이에 한국ECN증권 관계자는 현재는 거래소, 코스닥의 종가기준 거래만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가격변동제 도입, 투자종목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되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야간시장으로서의 지표역할도 확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ECN시장에 가격변동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기도입 결정은 당초 계획을 1년 정도 앞당긴 것으로 그만큼 ECN시장의 경영 및 운영상태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우선 ECN에서 정규시장 종가대비 상하 5% 범위내에서 매수, 매도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거래 가격은 30분 단위로 매수, 매도 주문을 모두 모아서 그 중 적정한 가격을 택하는 동시호가제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ECN에서 거래중인 2백50개(코스피200, 코스닥50) 종목의 거래가격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동안 거래가 이루어지는 총 9차례에 걸쳐 변동될 수 있다.


-가격변동제 부작용 클 수도

증권업계는 정부의 ECN시장 가격변동제 도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국내 처음 시행되는 이 제도가 정규시장은 물론 야간증시와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5% 이내로 제한되기는 하지만 가격변동제 도입으로 그동안 거래 활성화의 걸림돌은 제거됐다는 평가다. 또 가격 메리트가 생기면서 국내 증시의 주요 투자 주체인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이 다소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 이전에 가격변동제가 시장에 미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선 정규시장 이후 시장에 흘러나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ECN시장의 주가가 단숨에 급등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시장의 주도세력이 아직은 정보 민감도가 큰 개인투자자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야간시장이라는 측면 때문에 공시 감리 등이 완전히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고 이에 따라 불확실한 정보에도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중가격에 따른 혼란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시장 종가의 상하 5%내에서 거래가 이루지지만 ECN시장 종가는 다음날 정규시장에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칫 호(악재에 따른 실질적 주가 변동폭이 규정 제한폭(15%)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가 정규시장 종가 1천원이던 A주식을 ECN시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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