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경기 그리고 기업
금리와 경기 그리고 기업
  • 홍승희
  • 승인 2005.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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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추세 속에 한국만 유독 금리를 더 내려야 하느냐로 입씨름을 하는 듯하다.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가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낮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투자부진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론이 먹힌다.

그런데 과연 지금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 부양이 될까.
지난 2년간 금리는 계속 낮아졌다. 그러나 수출 호조를 제외하면 기업의 설비 투자가 늘었다거나 내수 진작이 있었다는 징표는 없다.

이만하면 금리를 억누름으로써 경기 부양을 도모한다는 것은 적어도 현재 한국의 경제 구조상 맞지 않는 논리임이 입증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여전히 경기부양책으로서의 금리인하를 얘기하는 것은 매우 부정직한 어떤 의도를 갖지 않은 한 할 수 없는 얘기임이 분명하다.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논리 중에는 증시에 들어온 외국 자본의 일시적인 반출로 가뜩이나 숨을 깔딱대며 힘겹게 버티는 증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세계 각국이 전반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추세인데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자금이 일거에 인출될 거라는 얘기는 논리라 말하기에도 엉성하다.

부동산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담보대출을 많이 해둔 금융기관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지금 과열된 부동산 시장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일시에 거품 꺼지듯 확 꺼져버리면 그 또한 낭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도대체 금리를 얼마나 내리면 부동산 시장의 저 엄청난 거품이 일시에 꺼져버릴까.

각종 시장의 상황을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미세한 폭으로 금리를 조정해나가는데도 부동산 시장이 동체착륙하게 될까. 어차피 부동산 거품은 거둬내야 하는 것이고 그게 갑작스러운 거품 걷기 식으로 강한 충격을 주는 정도만 피해가면 거품은 꺼질수록 바람직한 일 아닌가.

근자의 한 기업연구소에서 내놓은 금리 관련 보고서에서도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세계 추세에 맞춘 금리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이 금리 인상하니 곧바로 따라가기에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 일단 가장 문제가 되는 내수경기부터 살려 회복이 가시화될 시점에서 너무 늦기 전에 세계 추세에 맞춘 금리 인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은 매우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내수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이 여전히 재계의 입장을 반영, 기업심리 회복, 투자 관련 규제 완화, 공공투자 효율성 제고 등이어서 뭔가 빠진 듯하다.

지금 한국이 기업하기에 좋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이같은 주장은 이미 정치권력을 넘어선 권력구조로 자리잡은 재계가 여전히 대접해주기만 바라며 응석 내지는 협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공공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업은 이제 더 이상 보호막 안에서 젖병을 빨 미숙아는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에도 과보호를 받아왔다. 스스로 과보호를 벗어날 때가 됐다. 자랄만큼 자란 큰 덩치로 보호를 요구하면 그건 이미 응석이 아니라 협박이다.

오히려 기업은 이제 이 사회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더불어 불완전 고용의 증가,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의 실질적 삭감 등으로 다수 국민의 소비 여력이 갈수록 낮아지는데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구조화한다면 기업이 제아무리 잘 돌아간들 국가적 복지로 되돌려지지 못하니 가난한 국민, 살찐 기업에 무력한 정부만 남아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의 저하가 불가피해진다.

지금 세계는 이미 기업을 넘어 국가 단위, 혹은 광역화된 지역 단위의 경제력간 경쟁체제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함께 일본의 경제도 쉽사리 활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을 보며 한국의 기업인들도 함께 사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자각해야 할 듯싶다. 국민의 재화가 늘면 결국 기업이 더 돈을 번다. 함께 잘 사는 길을 가기가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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