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해의 걱정거리
새 정부 첫해의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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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활동을 시작했으니 일단 축하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겠다.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던 신임 당선자는 임기 중에 코스피 지수를 300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중산층이 70%가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망의 80년대’를 약속했던 그 아버지 시대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잘 살아보세’를 되읊는다. 당장 증시에서는 부동산 관련 주가부터 오르며 그런 신임 당선자를 환영한다.

그러나 ‘민생’을 먼저 생각하겠다던 약속에 앞서 취임도 하기 전에 물가부터 치솟을 조짐이다. 소주, 밀가루 등 대기업 제품들부터 시작해 연말연시 물가가 요동칠 기세다. 공약한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공적자금이 풀린다면 물가는 더 오르고 복지의 꿈은 멀어져갈 것이다.

내년의 대기업 채용 예상은 먹구름이다. 어두운 경기전망에 현금 확보에만 관심을 쏟으며 바짝 몸을 웅크리고 있다. 참여정부 내내 그런 대기업들과의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안한 대기업이 새 정부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하자.

문제는 당장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게 될 내년을 어떻게 넘기고 견딜 것이냐다. 당장 해외로부터 시작된 어두운 경기전망이 발목을 잡는다. 상공회의소는 경제민주화 방어용 엄살도 좀 포함됐을지 모르나 1.4분기 경기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위기에 따른 저성장 국면, 불확실한 산업별 업황, 환율 변동성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해외 발 악재들은 크게 감소할 기미가 없으니 수출이 걱정이다. 그렇다고 내수가 탄탄하게 받쳐줄 상황도 아니다.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중산층의 소비도 바짝 줄어들기 시작했다. 식비 다음의 고정지출로 여겨지던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변두리 학원가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금 추세라면 이런 학원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지니계수가 올라갔다고 요란하지만 그에 앞서 식비 부담을 줄이려 선택하는 식재료 수준부터 낮춘 가계가 많다. 고가의 유기농산물만 찾던 중산층의 여유도 사라졌다. 싼 것만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한우 판매점에서도 할인행사가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환율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웃 일본은 엔화 팽창전략을 장담하며 집권한 아베 신임총리로 인해 이미 엔화 값이 급락했다. 올해도 엔화가치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여서 일본기업과 경쟁해야 할 국내 수출기업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한`일 간 수출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어떻게든 재정절벽 해소 방안에 여`야 합의를 할 테고 그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의 위기 중 한 가닥은 일시적으로 해소될 수 있겠으나 대신 달러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질 터이니 한국 기업의 대미수출은 이래저래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은 만만한가. 시진핑 체제가 일단은 성장정책을 밀고 나가겠다지만 이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미 한국의 중소기업 수출은 중국과 경쟁해야 할 정도로 중국의 생산기술 향상이 이루어진 상태인데 가격경쟁력에서는 여전히 우리가 약세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이제 서서히 한국산 수출품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품질 우위로 가격경쟁력을 상쇄할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무쌍한 국제 환경에 대응하자고 우리도 통화팽창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나서봐야 국내 물가만 치솟을 뿐 환율전쟁에서 이점을 챙길 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다. 급해지면 당장 수출전선을 지키기 위해 경제민주화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테고 서민들은 굶지 않기 위해 부채라도 늘려야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리는 가구수가 증가하며 계층 상승은 고사하고 거꾸로 계층 추락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터다.

환율전쟁 속에 국내 유입된 외화자금들의 자국을 향한 트레이드가 시작된다면 겨우 코스피 지수 2000선을 넘긴 주가는 미끄럼을 탈 것이다. 그 때가서 공적자금을 증시로 돌릴 셈이라면 모를까 내년 중에는 지수 2000 유지도 힘겨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경제전쟁만 문제는 아니지만 외교 문제는 잠시 잊기로 하자. 설마 NLL만 중요하고 독도나 이어도는 상관없다고 하지는 않을 터이니 다른 헛발질만 하지 않으면 그럭저럭 시간은 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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