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경영진-사외이사, ING 놓고 '대립각'…배경은?
KB 경영진-사외이사, ING 놓고 '대립각'…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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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경영간섭"vs"건전한 지배구조"
어윤대 회장 임기말 '레임덕' 영향 해석도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그동안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있지 않았나. M&A라는 중요한 빅딜을 앞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은 그만큼 그룹지배구조가 건전하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

"사외이사의 역할이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권한만 부각된 것 아니냐. 경영진의 투자에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다면 기업 영속성은 누가 담보하느냐"

KB금융지주가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ING생명 인수건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나오지만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5일 임시이사회를 열었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KB금융 측은 "사안이 중대하고 자료가 방대해 내용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18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안건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도 안건이 통과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경영진이 지난 3개월간 인수 가격을 2조2000억원까지 낮췄지만 사외이사들은 '비싸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KB금융 내부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의 '만취 소동'도 사외이사에 대한 어윤대 회장의 서운함이 분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사외이사가 참석한 만찬 석상에서 "왜 ING생명 인수를 못하게 하느냐"는 취지로 격한 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어 회장은 영업 이익의 90%를 국민은행에 의존한 그룹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대형 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ING그룹과의 협상에 의욕적으로 나서왔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도 "최고경영자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빅딜을 이사진에서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갈등의 수위가 예상보다 높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고경영자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어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로 앞으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금융사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임과정에서 CEO 의사도 반영된 이사진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은 임기말 레임덕 현상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KB금융 계열사인 국민은행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어 회장이 자신의 치적 쌓기용으로 ING생명 인수를 밀어붙이면 내년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안건 제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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