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정치, 욕심만 큰 재벌
철없는 정치, 욕심만 큰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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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대선판국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 싸우고 노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당사자들로서야 피가 마르는 경쟁을 하고 있겠지만.

아이들끼리 친해지기 위해 싸우고 삐치고 그 옆에서는 친해지려는 아이들을 훼방 놓는 또 다른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 낫게 봐준다 해도 젊은 연인들 싸우고 또 토라지는 곁에서 부채질하는 친구들이 있다.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이 꼭 그런 모양새라 구경꾼이 남세스럽다. 국가와 국가들이 만나는 국제사회라고 다를까. 서로 네 편 내 편 가르고 갈등하는 사이에 끼어 분쟁을 부채질하고.

아이들이라면 그렇게 싸우고 토라져도 금세 또 친해지지만 어른 사회는 완전히 등 돌리고 다시 보지 않을 사이로 변하기도 하니 어찌 보면 어른이 아이만도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국제사회는 그보다 한 수 더 뜬다. 어른들 중에서도 한심한 몇몇처럼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이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대선 정국에 전국이 휘말려든 듯 언론이 정신없지만 세계가 처한 상황에 비해 너무 한가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는 불경기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없이 분주한데 한국의 언론은 관심이 온통 권력의 향배로만 쏠린다. 어디 한국 대선뿐일까. 올해 유독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여러 나라들이 정권교체기에 들다 보니 한국 언론, 특히 메이저 신문과 TV의 관심은 오로지 정치뿐인 듯하다.

불황과의 싸움은 아직 초입에 들어선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세계 시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나마 사네 못 사네 큰소리 내는 나라들은 그래도 어지간히 먹고 살만한 나라들이다. 비록 재정이 엉망이 돼서 국가 부도가 나네 마네 할지언정 소리라도 낼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이런 나라들의 아우성이 커질수록 정말 고단한 빈국의 난민들은 소리조차 못낸 채 굶어 죽어 간다. 이미 소리칠 기운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의 시선이 거기 미칠 겨를이 없다. 남의 죽음에 이르는 고통보다도 내 손 끝에 박힌 가시 하나가 더 아픈 법이니까.

우리가 이처럼 한가한 것은 어쩌면 그동안 남들 다 힘들어도 우리나라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정부 말만 믿고 방심하고 있다가 뒤늦게 내년 경기전망이 어둡다는 말에 허둥대고 있는 꼴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해의 경기 예측도 제대로 못해서 성장률 예상치가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꼴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선진국 타령할 수준인지 한심해진다.

서민들이야 정부와 언론이 희다면 흰 줄 알고 검다면 검은 줄 알 뿐 바깥세상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여유도 못 가진 채 하루하루 넘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정보를 제공할 정부나 언론 그리고 국가 경제의 중추임을 자부하고 글로벌 기업의 깃발을 휘두르는 재계에서 이를 몰랐을 리는 없지 않은가.

임기 말에 새삼 이미지 가꾸고 그 와중에도 실속 챙기기에 급급한 청와대는 그렇다 하자. 언론이나 재계는 눈도 귀도 있으니 볼 것 보고 들을 것 들었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에 장단 맞춰주며 적당히 침묵하고 잇속만 챙긴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들이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그렇게 침묵할 수는 없었다.

재계는 지금 대선 정국에서 목소리는 키우려 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감은 약하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에 신경 쓰는 척 하면서 희망퇴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카드들을 척척 꺼내든다. 내년 경기전망이 어두우니 대비하겠다는 것이지만 소비 없는 생산이 무슨 소용이며 기업은 왜 필요하겠는가.

심각한 가계부채로도 버거운데 가뜩이나 46년 만에 최저치라는 신규취업자 수는 한국의 내수 기반을 무너뜨릴 기세다. 그런데 실직자를 또 무더기로 양산하면 기업은 어디서 장사하겠다는 것인가. 꼭 양손에 먹을 것 다 쥐고도 나머지 다 갖겠다고 떼쓰는 아이같지 않은가.

새삼 ‘아이 커서 어른 된다’며 철들지 못한 어른들을 흉보던 옛사람들의 말이 떠오르는 이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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