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내부 미분양 강매 '심각'…정치권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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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호 의원, 주택법개정안 대표발의
임직원 분양 물량 5% 이내로 제한

[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민간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임직원 및 가족들에게 반강제로 떠넘기는 자서계약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건설사들의 임직원 분양 물량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선착순 공급하는 경우 해당 건설사나 시공자 직원, 가족 등 실거주 목적이 없는 사람이 5%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불법분양 간주시 이자부담 전가

자서계약은 건설사가 분양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이나 가족의 명의를 빌려 분양 계약을 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신규 분양단지에 대한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을 경우 건설사가 임직원들에게 전매 및 이자비용 대납을 약속하면 임직원들이 가족의 명의를 빌리거나 직접 분양 및 중도금 대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다.

문제는 임직원들이 반강제적으로 자서계약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풍림산업 노동조합은 호소문을 통해 "자서계약한 대다수 임직원들은 계약하지 않을 경우 퇴사 및 인사상의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과 사측의 압력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건설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한주택보증이 계약자의 신청에 따라 계약금을 환급하거나 공사를 계속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자서계약이 대주보의 '불법분양'으로 간주될 경우 계약금 환급은 물론 경우에 따라 거주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자서계약 시 실행된 대출금과 이자에 대한 부담이 임직원에게 전가된다.

풍림산업 노조 관계자는 "자서계약 문제로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개인 신용하락뿐만 아니라 카드정지, 대출제한 등 신용상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원금상환 등으로 신용불량의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에 따르면 풍림산업의 자서계약 가구는 총 645가구로 대출금액이 3000여억원 대에 이른다. 풍림산업 임직원들은 개인당 1~3채 이상에 대해 자서계약을 맺었으며 대출금 규모는 1억5000만~12억원 이상이다. 매달 발생하는 이자만 약 90만원에서 580여만원에 이른다.

벽산건설도 자서계약과 관련 지난달 30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벽산건설 직원 100여명은 지난 7월께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75)을 고소했다. 직원들은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내 '위시티 블루밍'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직원들에게 분양하고 이를 담보로 5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강매물량, 실태파악조차 힘들어

이같은 건설업계의 자서계약은 1998년 외환위기 이전부터 횡행했다. 이용규 건설기업노련 정책실장은 "주택시장이 활황이거나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주택시장 불황으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할 때마다 부담이 직원들에게 전가돼 왔다"라고 말했다.

건설기업노련은 풍림산업 및 벽산건설 외에도 건설사 전체 자서계약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자서계약 실태에 대해서는 국토해양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받지 않는 이상 실태파악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용규 정책실장은 "자서계약 시 분양받은 아파트 및 대출에 대해 사측이 완공 전 해결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먼저 문제화시키기 힘들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현황을 취합해야 한다는 법적 조항도 없어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자서계약으로 문제가 된 해당 건설사들은 자서계약과 관련한 해결방안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규 정책실장은 "자서계약 관련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 시 각종 혜택 등을 제공해도 구매에 나서는 수요가 없어 해결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미분양 물량을 떠안은 임직원들만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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