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규모, 축소 아닌 확대해야"
"국민주택 규모, 축소 아닌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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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주택과소비. 한때 유행했던 단어다. 이것은 주택시장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 건설사나 분양받는 사람들이나 모두 중대형 평형을 원했고 그 중 상당수가 소위 '투자(investment)' 또는 '투기(speculation)'적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용어다.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주택과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14일자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민의 69.2%가 '국민주택규모'를 85㎡에서 65㎡로 축소하는 데에 찬성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에 국민주택규모 축소를 건의했으나, 정부는 현재 많은 정책의 기준이 85㎡로 돼 있어 변경 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난 40년간 가구당 평균가구원수가 5.37명(1972년)에서 2.71(2010년)으로 감소했고, 가구소득의 격차도 커져 1990년 4.14%이던 소득 5분위 배율이 2011년 6.20%까지 확대돼 85㎡ 국민주택규모가 저소득 소형가구에게는 과다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85㎡ 주택도 지역에 따라 국민평균 소득에 해당하는 국민이 거주할 만한 주택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민주택 규모는 40여 년간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절대적인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신규주택을 나눠주는 기준이 되는 주택청약제도를 보면, 청약저축과 청약부금은 여전히 85㎡ 이하 주택만 청약할 수 있고, 다른 입주자 저축도 85㎡ 초과하는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하도록 돼 있다. 또한 각종 세금에 있어서도 국민주택규모 이하와 초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게 돼 있다.

둘째 국제비교를 통해 본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1인당 주거면적이나 1인당 방수 등에서 해외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유럽과 비교할 경우, 소득수준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적은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주거면적이 결코 과소비라고 볼 수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2년 이후 40년 동안 소비자물가는 17.1배 상승했고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990년~2011년 사이 4.15배 증가했다. 물가수준의 상승과 소득의 증가는 국민들의 소비수준의 향상을 뜻하는 것이고, 주택에 있어서는 질적 향상과 함께 이용 면적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실수요측면에서 보더라도 국민주택규모는 확대돼야하지 결코 축소돼서는 안 된다. 지난 40년 동안 소득증대에 따른 주거면적 확대욕구는 커졌는데도 여전히 85㎡를 유지하다 보니, 편법을 통해서라도 실제 사용면적을 증가시키려는 꼼수들이 등장했다. 바로 발코니 확장이나 서비스 면적 등이 그것. 즉 정부의 각종 혜택은 받으면서도 실제 주거면적을 수요에 맞게 늘리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면, 결론은 국민주택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즉, 소득증가로 인한 주거면적수요 증가를 반영하고 향후 보다 많은 시간을 주택에서 보내게 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주거면적은 늘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다.

이렇게 되면 현재 중대형 미분양도 많은 부분 해소될 것이다. 굳이 85㎡를 사서 발코니 확장하고, 서비스면적 달라고 하고, 계단실에 자전거 세워놓고, 장독대 놓고 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다만 1~2인 가구의 증가, 소득의 양극화 등을 고려할 때 공공의 입장에서는 주거약자를 위한 소형주택에 더 많은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공공주택의 규모나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은 85㎡보다 더 적은 주택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공공이 지원하는 주택은 소형주택에 국한하고, 나머지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에 대한 일반적인 혜택은 지역특성에 따라 85∼100㎡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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