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지팡, 좌회전 그리고 우회전
갈팡지팡, 좌회전 그리고 우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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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요즘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쏟아지는 발언과 행보의 갈팡질팡하는 패턴을 보는 일이 제법 흥미롭다. 변화를 보인다 싶으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회귀하고, 그러다 시침 뚝 떼고 새로운 나라를 주장한다. 국민대통합을 외치며 유신독재의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한다더니 이번엔 다시 탈락했던 구세력을 끌어안는 보수대연합에 나선다.

초보운전자가 종종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실수를 하고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듯, 그의 신호체계는 혼란스럽다. 스스로는 정치베테랑이라며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내뱉었던 말을 기억하기에 그의 좌우 사이에 혼란을 느끼는 듯 갈팡질팡하는 그의 운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참여정부 내내 포퓰리즘을 무기로 휘두르던 세력의 선봉으로서 한국 보수의 정점에 서있던 그가 느닷없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나설 때부터 그 끝이 어떤 그림이 될지 궁금했다. 경제와 복지에서는 진보를 취하고 정치외교에서는 보수를 지향한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혼선을 보면 여기저기 밑밥을 뿌리고 미끼를 줄줄이 늘어놓는 신출내기 낚시꾼을 보는 느낌이 든다.

선거까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유력 세 후보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구체적 그림도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다 차별화할 그 무엇도 만들어내지 못하다보니 정치외교에서의 차별성을 기존 틀 안에서 찾으려는 회귀가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보수로의 회귀 위에 덧입혀진 진보적 기치의 진정성이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오락가락 함으로써 오히려 발톱을 감춘 고양이의 귀여움에 속다가 화를 당할까 두려움이 커질 뿐이다.

당내의 논의도 없이 불쑥 실언을 내뱉는 것은 스스로 노련한 정치인임을 내세우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답지 않다. 자신이 퍼스트레이디로 활약하던 아버지 시대에 대해 어떤 정치적 인식을 갖고 있느냐를 밝히라는 요구에 사과를 하긴 했는데 그 내용이나 어법을 보자면 표 앞에 약해져 마지못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한발 내딛는가 싶으면 곧이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

대중이 듣고 싶은 것은 아버지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라는 얘기이기보다 그 시대를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는지, 대통령 후보 박근혜의 역사인식을 밝히라는 얘기일 텐데 불행하게도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인 박정희와 본인을 심각하게 동일시하다보니 그로 인해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듯하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불상사로 세상을 떠난 경험을 한 개인 박근혜의 심리적 기저를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꿀 젊은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퍼스트레이디로 나서서 수많은 사람들의 떠받듦을 받다가 그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며 장기간 칩거에 들어갔던 그의 개인적 경험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초등학교 때 들어간 청와대에서 사춘기를 포함한 18년을 지냈으니 그에게는 청와대가 고향이고 집이었을 테니 그 곳을 향한 천착도 남다를 법하다.

그가 계속 그렇게 아버지의 딸로만 남았다면 세상이 그의 개인사에 대해, 그 아버지의 시대에 대해 어찌하라느니 어떻게 평가하느냐느니 하며 다그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러니 개인사가 어찌 되었건 간에 그에게서 대한민국을 이끌 역사의식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가진 역사인식은 향후 대한민국의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그런데 과연 아버지 박정희와의 동일시를 통해 그 아버지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나라의 설계도를 받았다는 듯이 새마을운동을 외치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나라를 외치고 있다. 정치하는 목적이 ‘부모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그에게서 새시대의 변화를 기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터다. 그럼에도 한길도 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이 결국은 선거 한철 힘쓰고 끝나는 그 ‘표’ 때문일 터이니 그 끝은 불문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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