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민주국가인가
한국은 민주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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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학문적 적확성이 있는 것인지,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가 ‘무조건 평등이냐, 기회의 균등이냐’라고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신하는 우리 사회는 무조건 평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회의 균등은 기능하는 사회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국민이 기회의 균등을 누리고 있는가. 태어나면서부터 심각하게 불평등한 환경 속에서 건강도 양육도 교육도 모두 큰 차이를 보이는 데 그 아이들 모두에게 우리는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부모가 줄 수 있는 환경, 조건 다 다른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성년이 될 때까지는 사회적 조건만이라도 동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부모의 기득권과 능력, 성정에 따른 플러스알파를 더 갖느냐 마느냐는 별개로 하더라도.

그런데 사회가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혜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면 우리 사회가 기회의 균등을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 영유아 보육에 관한 사회적 비용은 중앙정부 아닌 지자체에 떠넘기는 항목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부자 동네에서는 부모들의 부담이 줄고 가난한 동네 부모들은 보육 비용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강남 3구의 아기들은 태어나서 맞아야 하는 각종 예방접종이 모두 무료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많은 지자체 주민들은 몇 십만 원씩의 예방접종 비용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니 가난한 부모들이 애 하나 키우기가 얼마나 힘겨울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데도 한국 사회가 지금 단지 기회일망정 균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가난한 부모일수록 맞벌이는 필수인 시대다. 무상보육의 필요성도 그만큼 크다. 그런데 부모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린애들이 미리 알아야만 하는가보다. 비록 서류상으로나마 사는 형편 홀딱 벗고 다 보여줘야 혜택이라는 것을 받는단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농촌 지역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올리고 정부는 인구감소를 우려하면서 전면적인 무상보육을 위해 실현가능한 방법 하나 내놓지 못한다. 총선 앞두고 갑자기 무상보육을 선심 쓰듯 시행하더니 한해도 못가서 도로 거둬들였다. 계획도 없이 표만 나오면 뭐라도 한다는 식의 정책이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대선을 앞두고 각종 보육공약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선거 끝나고 얼마나 실천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보육이든 교육이든 중요한 것은 지금 국가가 가난한 이들에게 선심을 쓴다는 의식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이 나라가 맡겨졌다는 점이다. 모든 국민은 성년이 되는 순간까지 최소한의 동등한 조건을 갖추도록 기르고 가르쳐야 한다는 헌법적 기준을 숙지하고 있는 정치인에게 나라가 맡겨져야 하고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그걸 요구하고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근래 의무교육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다시 갑론을박이 시작됐지만 교육의 양 못지않게 교육의 질도 균일화시키려는 노력이 있느냐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공교육의 기능회복이 중요하다. 사교육의 번성이 한국사회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지, 그로인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또 얼마나 심한지, 그 파장이 사회 전반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미치는지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답을 모색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교육기관으로 가기 전단계인 보육이 미래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저 부모들의 한 표가 아쉬워서, 부모들의 부담만 덜어주면 된다는 식의 보육정책이 아니라 지금 한 표도 행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시대가 말 그대로 기회균등의 민주국가가 되도록 제대로 된 보육정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 특히 그럴싸한 기념비 하나 세우지 않는 터 닦기는 권력만을 쫓는 정치인들의 관심사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은 아니니 국민들이 요구해야 한다. 너나없이 교육을 받아 오늘에 이르렀고 또 가정으로 돌아가면 자식을 기르는 부모일 터다. 그 아이들의 세상이 말 그대로의 민주국가가 되게 하려면 부모들이 정치인들의 사고 패러다임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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