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경제민주화인가
무엇이 경제민주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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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마포 돼지갈비가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일대에는 원조, 진짜원조 하는 식으로 간판을 단 돼지갈비집들이 즐비했었다.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올해의 대통령선거에 대표적인 대선후보 3인이 모두 경제민주화를 이슈로 내건 모습을 보면 그때의 간판 퍼레이드를 보는 느낌이 든다.

‘경제민주화’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저마다 그리는 그림은 다 달라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나온 것이 없는 상황에서 벌써 3인3색이니 어쩌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보다 더 우파’라는 소리를 듣는 이헌재를 멘토로 삼은 안철수 후보가 출마발표를 하자마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를 비판하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나름대로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한 발언이겠으나 이에 대해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도 알려졌던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부족한 사람”이라는 혹평을 가했고 민주통합당 역시 ‘내용을 모르는 얘기’ 정도로 폄하했다.

세 후보 모두 내건 경제민주화라는 구호가 아직은 경제브레인들로 대충 점쳐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김종인, 안철수의 이헌재 식으로.

물론 새누리당의 경우 김종인의 구상이 그대로 대선공약으로 채택될 것인지도 두고 볼 일이지만 4.11 총선공약과의 괴리가 불가피할 그 구상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도 그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는 더더욱 미지수다.

벌써부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가 엇갈린 태도를 보이는데다 박근혜 후보는 이를 방관 내지 조장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아직 경제브레인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지지기반인 노동운동, 각종 사회운동 진영으로부터 올라오는 이슈들이 앞으로 꾸려질 대선캠프에서 조율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1인 중심체제와는 거리가 있는 민주통합당의 성격상 사공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이들도 꽤 있다는 점이 유의할 대목이지만.

후보들이 서둘러 찾아간 곳들 역시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합을 외치며 여기저기 다니는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정치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만큼 경제 정책의 방향을 읽기에는 모호하다. 아직은 아버지 박정희를 가슴에 품고 어머니 육영수를 겉포장으로 삼은 듯 보여 대강의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문재인 후보가 장기간 투쟁중인 홍익대 비정규직들의 투쟁 현장, 재수생과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이는 노량진 학원가를 찾아간 것은 그 무엇보다 분명한 방향을 보여주는 셈이다.

공식적인 출발이 늦은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아직 그런 모습을 읽기 어렵지만 현충원을 찾아가 맨 먼저 박태준 묘역을 찾았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방향으로 읽히기도 한다. 경제민주화와의 상관관계는 좀 모호하지만.

그런데 지금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정치권 바깥의 경제민주화 논의에도 불을 붙인 듯하다. 지난 19일 국회도서관에서는 국회경제민주화포럼과 한국경제정책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경제 민주화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경제민주화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기도 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재벌 개혁이고, 그 본령은 양극화 해소”라는 입장에서 <4.11 총선공약집>과 <안철수의 생각>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경제민주화 구상을 예상하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의 경우 아예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한국혁명’을 제안하며 “신자유주의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와의 결별”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구조적 개혁을 하려면 최소한 이런 의지를 가진 정권이 적어도 두, 세 번은 집권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정치권도, 학계도 저마다 입에 달고 나선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는 국가 차원의 논의 자체가 이제 겨우 시작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한 셈이다.

이 논의 과정이 사람을 성장의 도구로 전락시켰던 개발독재 시대로 회귀하지 말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성장’을 고민하는 세계적인 성찰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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