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뱅킹, 수익성 악화 '死藏 직전'
메일뱅킹, 수익성 악화 '死藏 직전'
  • 황철
  • 승인 2005.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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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anking과 차별화 실패...이용자 급감
국민銀 1일 서비스 중단, 농협도 접기로

계좌번호 없이 이메일로 간단하게 송금이나 모금을 할 수 있게 한 메일뱅킹(mail-banking) 서비스가 사장 위기에 놓였다. 기존 인터넷뱅킹 서비스와의 차별화 실패와 이용자 급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일 2년 넘게 끌어온 메일뱅킹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농협 역시 메일뱅킹이용자 급감에 따라 조만간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로써 그동안 메일뱅킹 서비스를 실시해 온 국민, 신한, 제일, 외환, 농협 등 5개 은행이 모두 사업을 접게 됐다.

메일뱅킹은 이메일을 기반으로 개인 및 단체간 돈을 청구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사업이다. 특히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이메일 주소만으로 간단하게 송금 등의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해 도입 초기 부터 인터넷뱅킹의 차세대 사업분야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5월을 기점으로 사장의 길로 접어들게 돼, 국내은행의 핵심 전략 영역인 e-business 사업 중 최초의 실패한 영업 모델로 전락하게 됐다.

이렇게 메일뱅킹이 시행 3년도 채 안돼 중단된 데는 우리나라 금융 현실과의 괴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전 금융사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메일뱅킹의 편리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은행 독자적으로 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메일뱅킹의 편리성이 배가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기적 결제 구조를 갖고 있어 굳이 메일뱅킹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잦은 보안상 문제와 일일 100만원으로 제한된 소액 송금제도 또한 메일뱅킹의 활성화를 막은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인인증서를 통한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이메일 주소만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구조여서 보안상 취약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 관계자는 “2중 3중의 보안시스템을 갖춘 타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비해 메일뱅킹 서비스의 보안체계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허술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소액 한도를 정한 것도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시행 은행들은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상쇄하기 위해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고객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타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발달과 함께 차별화에 실패해 이용자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관계자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은행계좌를 몰라도 된다는 장점을 홍보했지만 이용건수가 월 평균 100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못했다”면서 “타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메일뱅킹의 필요성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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