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분기 최대 당기순익 '虛 와 實'
은행 1분기 최대 당기순익 '虛 와 實'
  • 황철
  • 승인 2005.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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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자마진 등 수익성 지표 대부분 하락.
총자산도 감소...성장 기반 측면 부실.

시중은행들의 1/4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어났지만, 순이자마진(NIM)과 비이자 이익 등 수익성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자산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순익 급등이 2/4분기 이후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순익, 자산건전성은 호조

최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빅4 은행의 실적을 살펴보면, 당기순이익과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뚜렷한 호조를 보이며, 지난해에 이어 최대 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한 3천512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 국민은행의 아성을 넘어 최고 순익을 달성했다. 국민은행은 전년동기 대비 128%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우리은행에 못 미치는 3천453억원의 순익을 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2천 183억과 1천 824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뚜렷한 수익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익 급등에도 시장의 전망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최대 당기순이익 시현에도, 영업수익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순이자 마진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모적 금리경쟁 후유증

이자수익의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국민은행이 3.26%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전년 대비 -0.22%p 하락해 최근 7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78%, 2.06%를 나타내며 -0.21%p, -0.08%p 하락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2.01%로 전년 동기 대비 -0.20%p 하락해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순이자마진 악화는 은행들이 최근 치열한 금리경쟁을 벌이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이자수익이 줄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모적 금리경쟁과 여신 축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은행의 수익구조를 악화시켜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 적정한가

비이자이익 증가율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전년동기 대비 23.80% 증가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3개 시중은행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민은행의 비이자 수익은 4천2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 줄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0.7%(1197억원), 15.3%(1202억원) 급감했다.

이렇게 시중은행들이 최대 순익을 시현하고도 핵심 이익이 줄어들자 은행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들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경쟁 등으로 순이자마진이 줄어들고, 복합·파생상품 등에 대한 수수료 수익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면서 “또 금융 권역의 붕괴로 영업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향후 은행의 성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당기순이익 급증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특히 요주의 여신을 건전여신으로 상향조정해 대손상각을 줄인 경우도 있는 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축소가 적정했는지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중은행들의 총자산이 소폭 감소한 점도 장기적 성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부추긴다. 우리은행의 총자산은 119조1천억원으로 전년동기(120조4천억) 대비 1.1% 줄었다. 신한은행도 3월말 현재 87조5천298억원으로 0.1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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