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쪽짜리 相生' 카드수수료 개편안
[기자수첩] '반쪽짜리 相生' 카드수수료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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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산 넘어 산입니다. 당국과 가맹점 양쪽 모두의 눈치를 살피다보니 해결책이 안보입니다."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을 앞둔 카드사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형가맹점들과의 기싸움'에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들의 매출 유지를 위해 중소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혜택은 넓히되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혜택은 축소하는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카드업계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방안이라며 반발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중소가맹점들의 으름장에 결국 합의는 이뤄졌다.

남은 절차는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신용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수수료 협상. 문제는 대형가맹점들이 이미 체결된 가맹점 수수료 계약 종료 이후 개편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중소형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은 12월22일부터 곧바로 시행되지만 대형가맹점은 이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

대형가맹점들은 개편안 소급적용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대형가맹점들은 이미 각 카드사와 1~2년 정도의 가맹점 계약을 체결해 둔 상태다. 법적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본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개편안을 적용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내심 금융당국의 해법을 기대하고 있지만 법안을 마련한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업간 사적 계약에 공공기관이 깊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들로서는 마냥 당국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수익감소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 도입으로 영업수익 감소 효과는 연간 8739억원으로 2011년 가맹점수수료수익대비 10.2% 감소하는 수준이다. 이 중 신용카드사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연간 11.5% 감소하게 된다. 가맹점수수료수익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2%이며 가맹점수수료수익이 11.5% 감소한다면 신용카드사 영업수익은 5.4% 감소하게 된다.

이마저도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개편안 도입과 맞물려 적용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이 결렬되거나 지연될 경우 카드사 손실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개편안 합의는 당국과 중소가맹점들의 '으름장'이 주된 요인이었지만 정부의 '상생(相生)정책'에 화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상생을 실천해야할 대형가맹점과 개편안을 마련한 당국은 수수료율 논란이 잠잠해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안이 '반쪽짜리 상생(相生)'이라는 부정적 선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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