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는 틀렸다’는 발상의 전환
‘GDP는 틀렸다’는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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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발전한다는 데 나는 왜 더 행복해지지 않는가.”

꾸준히 GDP(국내총생산)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회적 성장에서 소외된 개인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는 그 내재적 위험성 또한 심각한 속도로 커져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의 조속한 극복을 위해 IMF의 ‘지도’에 충실히 따른 결과 신자유주의가 ‘신앙’으로 격상된 이후 갈수록 사회경제적 성장이 개개인과는 무관한 실적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더욱 ‘시장’이 존앙되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자랑스럽게 성장 실적을 내세울 때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 발표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됐다. GDP 성장이 개인의 삶을 더 이상 보장해주기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병증은 비단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그런 병증을 덮기에 급급하다면 다른 나라들은 그런 괴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진즉에 해법을 찾아 나섰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중 하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되기 직전에 프랑스의 당시 대통령 사르코지는 스티글리츠를 위원장으로 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아 ‘경제실적과 사회 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생산’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재는 GDP의 한계를 넘어서 개인과 가계가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지표를 만들 목적으로 출범한 이 위원회가 2009년9월에 내놓은 최종보고서가 단행본으로 나와 지난해에는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이 보고서가 나온 후 OECD 세계포럼에서도 GDP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좀 더 포괄적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발전을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꽤 오랫동안 사회적 발전과 개인의 행복이 공존할 수 있는 성장 지수의 필요성은 제기돼 왔다.

유엔개발계획(UNDP)가 90년대부터 내놓고 있는 인간개발(HDI)지수도 선진국의 조건으로 단순한 경제실적 증대 외에 평균수명, 교육수준 등 복지 지표들을 포함시켰고 그로 인해 높은 GDP에도 불구하고 HDI 순위는 한참 뒤로 밀리는 국가들이 발표되기도 한다.

그러나 HDI는 사회 총량적 지표, 평균값에 종속된 지표로서의 한계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처럼 재화로 환원되지 못하는 ‘시장 밖의 생산 활동’을 제외시킨 시장 중심적 성장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개인을 사회적 발전으로부터 소외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스티글리츠 보고서’로도 불리는 ‘경제실적과 사회 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 최종보고서는 ‘행복GDP’ 도입을 제안함으로써 세계적으로 GDP를 대체할 대안지표 개발 논의를 촉발시켰다.

양보다는 질을, 생산보다는 소득(특히 가처분 소득 중심의 NNDI를 중요시 함)과 소비를, 양극화의 심화를 감지할 수 없는 평균소득보다는 ‘중간 지표’를, 물질적 지표를 넘는 삶의 환경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담을 새로운 발전 지표를 만들자는 제안에 여러 나라에서 저마다의 지표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런 지표개발의 방향성에는 우리네 보통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종종 희화적으로 보아온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GNH)도 영향을 미쳤다. 행복이 물질적 생활수준의 일차원적 지표로만 가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발상을 평균적인 한국인들이 수용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세계적 석학들에게는 GNH의 드러나는 결과를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OECD 경제포럼 개막식에서 축사를 통해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우리도 새로운 지표 개발에 나섰다는 후속 보도는 접하지 못했다. ‘경제대통령’ 답게 남들이 만들어 놓으면 갖다 쓰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 여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우리가 서둘러 ‘선진국’ 문턱을 넘자고 재촉하는 평소의 지론과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GDP 성장률에 목매고 산다. 과연 새로운 지표를 제안하고 고민하는 저들의 발상법을 앞질러 갈 수 있을까. 뒷짐 지고 구경하며 앞선 나라를 꿈꿀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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