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에버랜드 등기 이사 사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에버랜드 등기 이사 사임
  • 김동희
  • 승인 200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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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에버랜드 등기이사를 사임한 것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는 26일 이 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등기이사 사임은 이재용 상무의 지배권 세습의 최대 걸림돌인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규정 적용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지난 2001년 5월 삼성생명 이사를 사임했고, 이번에 에버랜드 이사까지 사임함으로써 앞으로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지분법이 아니라 원가법에 따라 회계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에버랜드가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의 회계처리 방식이 원가법으로 바뀔 경우,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서 금융지주회사법이나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규제를 받는 위험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이나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보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경우 금융자회사가 되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거나 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도록 돼 있는데, 이를 피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원가법으로 계산하면 에버랜드 장부상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지난해말 가격으로 고정돼 계산되기 때문이라는 것.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로의 그룹 경영권 세습 시나리오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참여연대는 이같은 논거를 제시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형태는 에버랜드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생명이라는 금융회사를 끼고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이기때문에 결국,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붕괴되게 되고, 이는 비상장 가족기업인 에버랜드를 핵심으로 이재용 상무에게 그룹 전체 지배권의 승계를 이루려 했던 구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생명 주식값이 작년말 값으로 고정돼 계산되면, 에버랜드가 큰 손실을 내지 않는 이상, 에버랜드의 자산총액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따라서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자회사 주식 가액의 비율은 50% 이하로 유지돼 금융지주회사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앞으로 에버랜드가 이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을 계기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 방법을 원가법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주목할 것이라며 만약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정의 적용을 면하기 위해 원가법을 적용할 경우 이에 대해 금감원의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의 이같은 주장은 삼성그룹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것을 피해왔다는 사실에 미루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지분구조상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는 것이 유력시됐으나 에버랜드의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를 모면했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삼성생명등 지분법 적용을 받는 금융자회사의 주식 평가액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자산의 50%를 넘어 공정거래법에 의해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될 것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말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 평가액은 지난해말 현재 1조6891억원으로, 총자산 3조4307억원의 49.2%를 기록, 마지노선인 50%를 넘기지 않았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적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부채를 늘려 총자산을 키웠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1조6089억원으로 불과 3개월동안 2300억원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고, 이중 특히 단기차입금이 2360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에버랜드는 지난해말경 하나은행등으로부터 이 자금을 조달했다.

이와관련, 당시 삼성이 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에버랜드의 투자를 늘려 총자산, 즉 덩치를 키우는 방법인데 일시에 이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삼성의 고민은 일정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참여연대의 가정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다면, 이번 이 회장의 에버랜드 등기이사 사임을 통해 삼성이 경영권 승계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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