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쌓기에 돌입한 세계경제
장벽 쌓기에 돌입한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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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복절은 이래저래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그 하나는 틀린 말이나 행동은 아니지만 전후 맥락이 툭 끊겨 있어 좀 느닷없다 싶어 보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광복절 전후 행보와 발언으로 높아진 한`일 양국 간의 긴장감이다. 바른 말, 옳은 행동이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다르다.

어떻든 속이 시원하다며 열렬히 환영하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실속 없이 전 세계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광고하는 꼴이 됐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반응에 애국논쟁까지 불을 지폈다.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을 얼마나 정밀하게 예측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고 뒷감당을 어찌할 생각인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어떻든 한국정부는 아직 여유 있는 표정이다.

반면 일본정부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적인 항의를 하고, 주한 대사를 소환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 통화스왑 계약을 재검토한다는 둥 요란하다. 흥분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로 보자면 일본의 대중들도 극우세력은 물론 진보세력까지 나서서 반한 물결을 타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겐 역시 호재일 터다.

정치인들은 그렇다 치고 정부 간 갈등 고조에 애타는 기업들도 있고, 모르긴 하나 한국의 여러 관련부처 공무원들도 표현도 못한 채 뒷수습 방안을 찾느라 죽을 맛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더해 국제축구연맹(FIFA)는 동메달을 따게 돼 신난 한국 축구선수의 우발적 이벤트를 정치적 행동이라고 찬물을 끼얹어 한국인들의 화를 돋웠다. 제국주의적 상징에는 대체로 너그럽던 FIFA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영토적 자부심을 놓고 새삼스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 하는 것도 맥락 없는 짓이기는 매한가지다. 또 이미 각국이 국기를 달고 경기를 벌이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기도 한데 탈정치를 운운하는 규정을 내세우는 것도 좀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어쩌면 현재 심각한 불황의 초입에 들어선 전 세계 인류가 저마다의 크고 작은 집단마다 장벽 쌓기에 나선 세태와도 무관하지는 않은 듯하다.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도 있듯 삶에 여유가 있으면 문제될 게 없던 일들이 먹고 살기 팍팍해지면서 하나같이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된다.

중국과 일본이 벌이고 있는 동북아에서의 영토 분쟁은 꽤 오래전부터 벌어진 일이지만 사소한 사안 하나에도 틈을 벌리고 울타리를 치려는 배타적 갈등으로 번져가는 일은 근래 들어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출발해 유럽 발 재정위기로 정점을 향해 치닫는 형국인 세계적 경제 위험도 증가 추세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대중은 자국의 울타리 안으로 몸을 숨기며 안팎에서 적대 세력 찾기에 혈안이 된다. 정치인들은 이런 대중의 불안감에 편승을 한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진행 중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역사의 반복이다.

시장이 얼어붙어 가니 기업과 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도 첨예해진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기업은 자국의 보호막을 거북이 등처럼 덮어쓰고 싸움에 나선다. 이러니 국가의 보호무역 장벽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는 국가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갈등하고 대립하는 일이 벌어진다.

선진국일수록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세력이 바로 자국 노동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아직 그런 정도의 노동자 간 갈등이 일어날 수준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한국 정부는 종종 노조가 정치적이다, 이념적이다 라고 비판하지만,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노 갈등이 예방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어떻든 문제는 이런 장벽이 높아질수록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겐 어려움이 배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뭘 믿어서인지 현재도 높아져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높아져만 갈 것으로 보이는 무역장벽에 대해 크게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발등의 불만 끄다보면 상황이 변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좋지만 지금 세계가 앓고 있는 경제적 위험은 시스템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를 먼저 감지하기 위한 각종 지수의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데 우린 지금 뭘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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