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구조조정 칼바람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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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등 업종불문 '긴축' 돌입

[서울파이낸스 이종용·임현수·장도민·성재용기자] # 1) 대형 증권사 용산지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내부 구조조정에 한숨 그칠 날이 없다. 그는 "이 지역에는 대형 증권사 지점들이 집중돼 있어 고객유치가 어렵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2) B 금융지주사는 지난달 '비상경영체제'을 선포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은 억제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2분기 연체율이 올라 회장이 직접 계열사 CEO를 문책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금융사는 상반기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용 절감 프로젝트'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3) 법정관리에 들어간 C건설사 직원은 십수년 몸담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부터 퇴직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법정관리에 들어서자 임금이 체불되면서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지 않나는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에 전방위 구조조정 칼바람이 가시화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 산업계를 불문하고 상당수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해기 위해 조직 통폐합과 인력감축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 증권사들, 적자경영에 '허덕'

금융계에서는 증권업계의 위기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주식거래량이 갈수록 쪼그라들며 수익성 우려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파생상품 거래세(증권거래세) 과세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서는 등 규제리스크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수익 감소폭을 줄이기 위해 지점 통폐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3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지점 수는 총 1756개로 1년만에 64곳이나 감소했다. 각사별로는 동양증권 지점이 기존 165개에서 133개로 32개곳 감소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19개나 줄어든 99개로 감소했다. 미래에셋의 경우 향후 70여개까지 줄여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점 통폐합은 인력감소로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63개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수는 작년 말 4만2682명에서 올 1분기 말 4만238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감소폭이 크진 않지만 3년만에 첫 감소세라는 점에서 구조조정 위기감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또 일부 증권사의 경우 지점 통폐합에 따른 권고사직 등으로 노사갈등마저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의 경우 본격적으로 인원감축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슬림경영'을 선포해 불필요한 비용 집행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며, KB금융지주도 글로벌금융시장 변화대응위원회를 신설했다. 신한, 하나금융지주는 하반기 ‘내실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은행권의 경우 자연적 인력 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은행 관계자는 "대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희망퇴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인력 확충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영업정지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저축은행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위적인 감원은 없지만 공채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의 경우 경기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 만큼 위기감이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다.

◇건설사, 경영난 심화…자동차 '희망퇴직'

산업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 들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벽산건설, 풍림산업, 남광토건, 우림건설 등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건설기업노련)에 따르면 벽산건설은 2009년 워크아웃 개시할 당시 600여명의 인력이 있었으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난 6월에는 350여명의 인원만 남아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영난으로 임금이 체불되자 스스로 퇴직하는 자연이탈자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생인가를 받기 위한 요건 중 하나가 직원 수지만 마땅한 당근책이 없어 퇴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자동차업계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그간 국내 수출을 견인해 왔지만 하반기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마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는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 6월 보름간 부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으며,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GM도 부장급 이상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정유업계와 항공업계 역시 유가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외환위기 이후 14년 만에 영업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70여명을 줄일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근속 연수 15년, 만 40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40∼50명 가량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들도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이통3사는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한 대규모 마케팅으로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이통3사는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장비 매각, 단말기 할부지원금 폐지, 비용절감 아이디어 공모 등 비용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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