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이종걸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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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했으니 그만 둬야 할 말인가 싶지만 그래도 안타까워 묻고 싶었습니다. 대체 뭘 기대하고 그런 상스러운 표현을 썼는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과거 이력에서 욕설하고도 권력 거머쥔 그 힘이 부러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연극을 빙자한 한나라당 잔치에서 당시의 현직 대통령을 향해 참 끔찍한 욕설을 퍼부었지만 권력을 잡는데 문제가 없었기는 했지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후레아들놈’ ‘육실헐놈’ 등 듣기에도 기가 찬 욕설을 현역의원들 입으로 거침없이 내뱉고도 메이저 언론의 비호 속에 멀쩡하게 정권을 차지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그에 비하면 ‘그년’ 정도는 약소하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옛 속담에도 있지요. ‘남들이 장에 간다고 똥장군 지고 따라 나선다’고요.

모방을 통해 배우고 창조의 단초를 찾기도 하는 게 인생이지만 그래도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드민턴 선수들이 게임몰수 당하는 것을 보셨겠지요. 중국이 한국을 향해 하는 꼼수를 한국팀은 인도네시아를 향해 따라했다가 더 크게 피해를 봤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중국팀만 비판할까요? 오히려 더 많은 선수가 관련된 한국의 인상이 더 나빠졌을 것 같군요.

그게 세상인심입니다. 아무리 큰 잘못도 오히려 처음 시작하고 뒤쫒는 사람들을 보며 일찍 발을 뺀 사람은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사례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증권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곧잘 발견됩니다. 시장가격 변동을 먼저 이끈 세력들은 재빨리 수익을 챙기고 먼저 빠져 나갑니다. 그 세력이 일으킨 바람에 혹해 뒤늦게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은 알맹이 다 빠진 주식을 비싼 값에 사서 큰 손해를 보지요.

이런 일이 어디 현재에만 있는 일일까요. 세계 역사 속에서도 아마 이런 일들은 많이 발견되겠지요.

우리 현대사에서도 그런 비극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가 물러가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소위 해방공간이라 일컬어지는 그 시기에는 이 땅에서 누구나가 좌도, 우도 선택할 수 있었지요. 물론 미국이 진주한 남쪽, 소련이 진주한 소련이라는 점령 세력들이 있는데 온전히 자유로운 선택이었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 때 남에서든, 북에서든 이념을 스스로 선택했던 이들은 이후 전쟁을 겪으며 대다수가 스스로의 이념을 좇아 살 땅을 찾아 옮겨갔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와중에 뒤늦게 그들 뒤를 따르던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전쟁 중이거나 전후이거나 처형되고 처벌된 사람의 대부분은 이들 뒤따르던 이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일들이 지금껏 몇 십 년째 이 사회에 넘을 수 없는 이념의 장벽을 만들고 분단을 극복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얘기는 물론 이종걸 의원 한 사람에게만 할 얘기가 아닙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나라, 이 민족의 미래를 염려하고 고민할 모든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걸 의원을 꼭 집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그게 바로 당신 이종걸 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품위를 잃어가는 시대라 해도 당신은 그런 대열에 끼지 않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의 막말 파문이 번지며 나이든 사람들 머리에 맨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당신의 할아버지이신 이회영선생님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당신은 바로 그 독립운동에 온 집안의 사람과 재산을 모두 바친 분의 손자입니다.

결코 그 품위 있고 명예로운 집안의 전통을 친일 가문의 천박한 풍속으로 더럽히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이 의원이 그런 상스러운 표현 하나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따라 할 게 따로 있지 어떻게 그런 천박한 행동을 따라 했습니까. 이 의원 당신은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도 더러운 친일인사 후손들과는 달라야만 합니다. 그래서 하찮은 표현 하나로 여론을 들쑤신 이번 소동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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