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인인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인인증'
  • 임상연
  • 승인 2003.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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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에 이어 증권업계에도 공인인증제도가 본격 도입됐다. ‘3월 대란’ 등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사로 인해 증권사마다 시행시기에 맞춰 공인인증 의무화를 의무적(?)으로 도입했다. 국내 금융거래의 대부분을 사이버증권거래가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가장 큰 공인인증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 바라보는 공인인증은 한 마디로 ‘애물단지’에 불과한 느낌이다. ‘투자자보호, 금융사고 방지’라는 대의명분에 공인인증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억지시행(?)으로 그 실효성과 의미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인인증제도 시행전이나 이후나 콜센터를 통한 인증문의가 하루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문의 폭주로 사실상 거래문의 유선주문 등 본 업무는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콜센터 담당자의 말처럼 증권사 콜센터는 어느새 ‘인증 문의센터’로 바뀐 상태다.

인증 문의중 가장 많은 것은 접속 및 발급 불가, 시스템 다운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두 고객의 PC 오작동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각 증권사의 투자자 교육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콜센터 문의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투자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나 콜센터 직원에 대한 사전 교육도 사실상 ‘수박 겉 핥기’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개개인의 PC 사용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인증 오류를 모두 고객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냐는 것이다. PC 사용에 능숙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경우 ‘PC오류나 사용미숙 때문’이라는 콜센터 직원의 말에 의구심을 갖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미 인증시범서비스 기간에도 각종 인증프로그램 오류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인증 이용상 발생할 수 있는 거래불이행이 곧바로 금융분쟁으로 옮겨갈 소지는 충분하다.

공인인증 시행이후 증권사 전산담당자들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라는 불안함이 섞인 자조의 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스템적인 문제이외에도 향후 공인인증 유료화에 따른 참가자들의 이해상충 문제도 공인인증제도의 앞날을 흐리게 하는 요소다. 유료화 수준에 따라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주식거래 외적인 부분에 금쪽 같은 투자 돈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콜센터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공인인증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상황에서 유료화를 시킨다면 불만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상 투자자보호가 공인인증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정부의 말도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 증권업계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증권사 내부자를 통해 발생한 것만 봐도 공인인증은 무엇보다 증권맨의 마음에서부터 각인 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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