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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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보면 마치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는 듯 종일 올림픽 경기로 도배를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뉴스시간의 대부분도 올림픽 소식으로 채워진다.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배정이 지나치다. 한국에 다른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만 같다.

그런 와중에도 경제뉴스는 암울하기만 하다. 7월 수출이 8.8%나 줄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 반가운 일이겠으나 경기가 나빠서 소비도 줄어든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올해의 경제성장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 위험은 해외로부터도 경고가 들어오는 상황인데다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초과한 대출액이 44조원에 달한다. 경기 하락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언제든 부실 담보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 불량물건들이다.

정부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금융당국을 압박해 한국은행이 1조5천억원 규모의 서민금융지원을 검토한다,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 조기경보지표를 만든다는 등등 부산을 떤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투자를 멈추고 현금 챙기기에 나선 뒤이고 서민들의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은 다음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이어 발생한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은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큰 몫을 한다. 지나친 수출 의존적 성장전략이 세계적 경제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그동안 누누이 강조돼 왔지만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MB 정부 들어서 수출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한국은 G20 국가 중 GDP 대비 수출`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로 수출 비중은 미국의 6배, 수입 비중은 브라질의 4.5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가 공동 작성한 ‘G20 주요 경제지표(PIG)’에서 밝혀졌다. 이 지표는 IMF, OECD 외에 국제결제은행(BIS), 유럽중앙은행(ECB), 유엔, 세계은행 등이 각자 보유한 수치를 합산한 결과다.

이런 한국 경제가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위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출의존도를 줄이기는커녕 더 높여놓아 위험성을 키웠다.

이번 경제위기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를 아직도 한국 사회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닥쳐올 위험을 계량적으로 전망할 생각도 없다.

한국의 위험 요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GDP 대비 높은 수출의존도, 그 마저도 몇 개 대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어떤 전횡을 하더라도 한국 사회는 이를 막을 능력이 없다. 특히 현재와 같이 심각한 불황을 앞두고서는. 그만큼 그들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한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금 대선을 앞둔 정당들이 내용과 실속은 어떻든 저마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큰소리를 내고 있지만 과연 한국 정부가 얼마나 그들을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당장 참여정부 5년 동안 재벌들을 위시한 대기업들이 어떻게 몽니를 부렸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집중 현상은 당연히 한국 사회의 부 역시 심각한 집중을 초래하고 있다. 역삼각형을 넘어 나팔꽃 모양으로 사회적 부의 편재를 바꿔가고 있다.

개인의 집중력은 높은 성취를 이루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마저도 지나친 집착으로 변할 위험을 안고 있다. 하물며 사회적 부의 지나친 집중은 재화의 순환을 둔화시켜 자연스러운 성장을 가로막는다. 인체의 동맥경화와 같은 현상이 국가 경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법을 찾으려면 어지간한 미온적 대처로는 안 된다. 좀 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 더 늦으면 사회적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다른 해법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국가 간에도 대화와 타협의 시기를 놓치고 나면 그 다음은 전쟁이다. 거기까지 가면 공멸뿐이다. 지금 우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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