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와 금융시스템 신뢰도
CD금리와 금융시스템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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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사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를 담합했다 하고, 금융사들은 펄쩍 뛰며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뉴스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이다, 아니다 실랑이가 벌어진 상황에 섣불리 어느 편을 들어 끼어들기는 아직 이르다 싶지만 금융당국이 그간 적잖이 신뢰를 잃고 있어 자칫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실상 CD 발행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금리 변동성이 정지된 상태에다 은행권의 관심에서도 멀어져가고 있는 마당에 터진 금리 담합 의혹이 금융당국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럽고 사전 예고도 없이 불쑥 발표 먼저 한 공정위에 불쾌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변동 없는 CD금리는 그로 인해 시장 지표금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하지만 CD금리가 변동하지 않고 있어도 지금 다수를 점하는 가계대출이 CD금리 연동형인 점을 감안하면 CD금리 담합 여부는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지표금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CD금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에 꾸렸던 태스크포스(TF)을 금융위가 제동을 걸어 활동을 접게 만들었다가 석달째 꼼짝도 않는 CD금리에 뒤늦게 지난달에야 금융위 주도의 새로운 TF를 꾸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소식으로만 봐서는 결국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 공정위에 뒤통수 맞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 우려하기 이전에 허탈하다.

실상 금융기관마다 내놓는 금융상품이 고만고만한데다 금리 차이도 거의 미미한 터라 거액 저축할 여력도 없는 서민들 입장에서 CD금리가 몇 달째 꼼짝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그다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중 자금사정이 반영돼야 할 지표금리가 그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 금융사간 담합을 넘어 금융당국의 입맛에 따라서도 언제든 조작 가능한 것은 아니냐는 걱정은 든다. 금감원의 TF활동에 제약을 걸었던 금융위가 총선 다 끝나고 모처럼 만의 금리인하을 앞둔 시점에서 부랴부랴 새로운 TF를 새로 꾸린 것도 그런 의심을 키운다.

한편에서는 금리 담합 창구로 ‘은행 자금부서장 간담회’를 지목하는 모양인데 시중은행 자금 담당 실무자들 모임이라지만 매달 만나는 이 자리에는 한국은행 국장급이 함께 참석한다니 정말 이 자리에서 담합이 이루어졌다면 한국은행이 작정하고 일을 꾸민다고 의심해도 그다지 할 말은 없어 보인다.

공정위가 언제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 어떤 증거를 잡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몇 가지 소문들은 나돌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말 증권사 대상 국민주택채권 담합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CD금리 담합 여부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증권사들이 금리 담합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래서 담합은 은행이 하고 증거는 증권사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한 소형 증권사에서 CD금리가 떨어지지 않게 하라는 대형은행의 압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공정위에 자진 신고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는 추측이다. 금융당국이나 금융사들 조직 차원에서는 부정하더라도 조직내 개개인들의 입을 통해서는 사실상의 시인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과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CD금리를 유지시켜야만 할 필요는 누가 가장 컸을까.

이런 식으로 과도한 의심까지 할 일은 아니겠지만 때가 잘못 맞으면 의심도 낳게 된다. 그래서 배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바로 매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그 많은 은행들이 저마다 특색 없이 똑같은 상품들로 경쟁을 하라 하니 담합의 유혹도 크고 의심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요즘은 국책은행도 죄다 민영화시키겠다고 서두르는 터라 그 마당이 더 복작대게 생겼다. 특색 없는 상품으로 똑같은 장사를 하는 은행들로 글로벌 금융을 하겠다는 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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