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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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평성 차원 부과해야" vs "시장 퇴보…충격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시장 우려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거래세 부과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의 퇴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0.001%의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시도됐다가 지난 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검토 중'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관련 법률 개정 작업은 19대 국회에서 본격화 될 예정이며, 늦어도 내년 안에는 도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는 깊다. 최근 '반토막 거래대금'의 원인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뿐만 아니라 정부의 파생상품시장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매수 기본예탁금으로 1500만원을 부과한 데 이어 올 들어 옵션승수를 5배 올린 바 있다.

실제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파생상품시장 거래대금은 지난해 8월 하루 평균 84조2829억원에서 이달 들어 54조4780억원으로 35.4% 감소했다. 특히 옵션시장 거래대금의 경우 같은 기간 2조5399억원에서 1조1111억원으로 56.25% 급감했다. 선물시장 거래대금 역시 34.7%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ELW(주식워런트증권)의 호가 제한과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인상 등 각종 규제로 거래량이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거래세까지 부과한다면 선물주식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자본시장 역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결국 파생상품 시장 위축은 현물시장 위축 등 시장전체로의 불황을 야기해 자본시장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거래세 부과 시 고빈도 알고리즘매매 투기자들 뿐 아니라 느린 투기자, 차익거래자들의 거래 위축을 불러 헤지는커녕 가격은 엉망이 될 것"이라며 "시장 유동성의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까지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는 대만이 유일하다. 그러나 거래량의 약 46%가 싱가포르로 이탈하면서 대만의 거래세율은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거래세를 도입한 스위스, 독일, 스웨덴, 일본의 경우 투자자 해외이탈에 못 이겨 거래세를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세금형평성을 충족시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현재 거래세 도입에 유예기간을 갖자는 얘기가 나오는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형평과세 원칙에서 자본이득세 도입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게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후 채권·달러 및 선물시장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거래세를 도입할 것인지 등 파생상품 거래세 이후의 로드맵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조세행정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자본이득과세로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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