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의원 ④ 5개지방은행 퇴출 선정의 불투명성
이성헌 의원 ④ 5개지방은행 퇴출 선정의 불투명성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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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98년 4월 22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시중은행이 스스로 경영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합병 유도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9월까지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이 제시한 시중은행 경영개선 기준 점은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충족이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확인이나 시켜주듯 금감위는 같은해 6월 30일 BIS 비율 8% 미만인 은행을 전격 퇴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퇴출된 은행들은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은행 등 5개 지방은행들이었다.

하지만 퇴출기준이나 법률적 근거가 없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5개 은행 퇴출 당시 관련 법률인 금융기구 설치에 관한 법률이나 금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금감위원장이 은행의 구조조정이나 퇴출, 계약이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는 5개 은행 퇴출이 초법적 테두리에서 이뤄진 것임을 보여준다.
98년 6월 29일 금감위는 5개 은행 퇴출조치를 취해놓고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98년 9월 14일과 99년 5월 24일 사후입법으로 법률적 근거를 뒤늦게 마련했다. 이는 헌법이 금지한 소급 입법 적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식회사인 은행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청문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특히 금감위가 해당은행들에게 계약이전 명령, 양·수도 결정을 내린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상당히 훼손한 것이다.
이런 금감위의 초법적 은행 퇴출 결정에 대해 2002년 2월 정부 산하 한국법제연구원은 금융감독법제 정비방안연구라는 보고서에서 5개 은행 퇴출은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은행 사례를 통해 5개 은행 퇴출의 계약이전 결정, 소위 P&A는 이해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이며 그 요건의 추상성 등으로 미뤄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의 판단구조에 의하면 위험임을 면하지 못한다. 그리고 헌법의 기본 정신에 비춰 볼 때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계약이전 결정과 같은 제도가 필요했다면 헌법 제 76조에 의한 긴급처분이나 긴급명령에 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퇴출기준의 자의성

퇴출은행 선정에 앞서 그 기준이 되는 BIS 비율을 구성하는 자산에 대한 평가가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BIS 비율은 어떤 대출 자산을 부실자산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금감위는 BIS 비율 결과만을 공개했고 구체적인 부실내역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투명성 및 형평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시중은행들의 경영개선 계획을 평가한 경영평가위윈회는 공인회계사 6명, 학계 인사 2명 법조계인사 2명, 구조조정 전문가와 외국금융전문가 각 1명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했다.

경평위는 97년말 기준 BIS 비율 8% 미달인 12개 은행이 지난 98년 4월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서, 6대 회계법인이 5월 1일∼6월 8일 실사한 12개 은행의 자산 부채 현황과 각 은행 경영정상화 계획서에 대한 검토 의견, 12개 은행이 경영정상화 계획에 추가한 자료 등을 중심으로 평가를 실시했다고 하나 12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1개월 내에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엄정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이런 평가는 퇴출기준의 자의성이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지역적 안배에 의한 은행 퇴출이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특히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 호남권 은행이 퇴출기준에서 제외된 데는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즉, 이 두 은행은 단순히 BIS 비율 8% 선을 넘어 퇴출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공적자금 지원없이 회생할 수 없던 터여서 퇴출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BIS 비율 7.05%인 충청은행은 퇴출됐는데도 BIS비율 5.92%인 충북은행은 살아 남았다는 점이 암시하는 바는 컸다. 이는 퇴출은행 선정이 금융당국의 자의적 판단기준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 칼자루를 쥐고 있던 경영평가위원회(이하 경평위)는 2000년 6월 말 BIS 비율 8%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금융당국이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스스로 허문 것으로 보인다.

평화은행의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에 적당한 사례가 될 듯 싶다. 평화은행은 당시 경영평가위원회에서 퇴출판정을 받았지만 금감위는 조건부 회생으로 경평위의 결정을 뒤집었다. 당시 경영개선 계획을 평가한 경평위는 평화은행을 퇴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자산이 부채를 불과 123억원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해 퇴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평화은행은 이후 부실채권 매각 및 주식매개 손실 증가 등에 따른 적자규모 확대로 98년 10월말 자본 전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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