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삼 가계부채인가
왜 새삼 가계부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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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해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치 새롭게 대두된 문제인양 온 미디어가 호들갑이다. 그렇기에 과연 순수하게 경제적 염려에 의해서만 나오는 소리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시각이 엇갈리는 부분에서 더욱 그런 의심이 들게 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중순에 다중채무자 등 악성 가계부채의 구조조정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그 후로도 거듭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재정 투입의 필요성까지 거론해왔다.

이에 더해 시중은행 임원들을 모아놓고 ‘프리 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프리 워크아웃은 당국이 강요할 일이 아니라거나 재정에서 직접 채무자의 빚을 갚아주거나 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금감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금융위원회의 시각은 금감원이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정책들을 거론하며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김으로써 결국 금융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정부가 그동안 여러 가지 통계수치를 가지고 국민들을 안심시켜왔지만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상황은 빡빡한 수준을 넘어 여기저기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현실을 경제정책,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이들만 몰랐다면 이건 직무유기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서베이를 시작할 무렵에 이미 금감원장이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은의 서베이 자체의 신뢰성조차 의심받게 하기에 충분하다. 결론에 짜맞추기 위한 조사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가계부채 문제가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에 의해 생겨나 완결된 문제라고 주장한다. 외환위기를 몰고 온 정당이 그로 인해 야기된 경제적 혼란 극복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데서 이번 가계부채 문제를 들먹이는 그 이면의 정치적 계산속이 드러나 보인다. 5년 집권기간 내내 외면하던 문제를 이제 전 정권의 책임이라고 덮어씌우는 행위는 파렴치하다는 표현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굳이 이번 한국은행의 서베이 결과가 아니어도 이미 알고 있었던 문제다. 물론 이번 서베이 결과에 덧붙여진 평가내용처럼 지난 6월 중 조사 결과로 추산한 결과 3.4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예상치가 38로 2.4분기의 22보다 대폭 올라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국민들을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3월 말 기준 911조 원인 가계부채에는 자영업자 대출이 빠져있는 것이었으니 이 부분을 합친 실제적인 가계부채는 1천조를 넘는데 가계 소득은 줄고 폭등하는 물가로 인해 가계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지출은 늘면서 부채 상환 능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나오는 대안이라는 것들이 누가, 무엇을 위해 떠드는 문제인지 의심을 넘어 확신까지 갖게 만든다.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거나 부동산 규제를 풀어 거래 활성화를 시킴으로써 대출금 상환능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들이 과연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 가계를 염려하는 것이라 믿을 만한가.

한국은행이 신용위험지수를 그토록 높게 예상하는 근거는 가계 은행 빚이 3.4분기 중 대거 만기도래하기 때문이라 한다. 만기가 일시에 도래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부동산 거품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또 부동산 규제를 풀라?

이번 고비를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면 부동산 버블은 걷잡을 수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팔고 싶은 주택이 팔리지 않아 서민 생활에 체증이 심각한 것은 맞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 생계비를 구하기 위한 빚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돈 갚을 능력이 커지지 않는 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가 어떤 통계숫자를 내놓든 그건 전체 통계일 뿐 서민 가계의 소득은 늘지 않는다. 물가 폭등은 궁핍한 서민 가계에 훨씬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 다 놔두고 부동산만 들먹이는 관계자들의 심사는 그래서 의심스럽다. 그에 비하면 서울시의 저소득층 가계부채 관련 무료 컨설팅 서비스가 차라리 신선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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