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기의 한계
꼬리 자르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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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유럽발 위기가 침몰 전의 허우적댐을 보이며 전 세계를 긴장상태로 몰아넣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경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며 현 정권 비리의 꼬리 자르기로 대선 정국이 소란스럽다. 집권 기간 내에 비리문제 꼬리 자르고 편하게 물러나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그 솜씨가 서툴러서인지 오히려 화를 키우는 분위기다.

그 통에 나날이 수심이 깊어가는 민생문제마저 아예 잊힌 주제가 되어가는 위태로운 모양새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만 화초 만발 호시절인 것은 절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위험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1%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보다 높고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며 증가세가 누그러졌다는데도 연평균 증가율은 그리스와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가계부채 문제와는 동전의 양면인 카드 연체율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도 심각한 문제이겠지만 가계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아 국가 전체의 위기로 커져갈 조짐이다. 카드 연체율이 높아지는 이유도 결국 카드 돌려막기의 한계에 이른 가계가 크게 늘었다는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갈수록 앞길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데도 지금 카드사들은 신규카드 발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위험 불감증은 카드사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출입문에 보험사의 특별대출 쪽지가 종종 나붙는데 내용이 기가 막히다. 이미 폭락해버린 아파트 시세는 무시하고 과거의 높은 가격일 때 책정되었을 성싶은 대출액이 버젓이 나붙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아파트시세보다 더 높은 대출액이 제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고약하게 마음 한번 먹으면 제시된 규모로 아파트 대출받고 상환 포기할 때 거의 일억 원은 벌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아파트 가격이 몇억씩 뛸 가능성이 전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이런 무모한 대출 강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금융사가 모르고 있을 리는 없는데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다.

동네의 소규모 점포는 수시로 주인이 바뀐다. 인테리어만 산뜻하게 바꾼 채 비슷한 업종의 가게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또 곧바로 주인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새로운 점포주들을 보면 장사 경험이 전무해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생활하다 조기퇴직 했음직한 점포주들이 경험 없는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빈손 들고 나가는 일이 그만큼 흔하다면 이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위험한 경제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 초까지만 해도 한국경제를 낙관했던 듯하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한국 경제는 수출 없이 버틸 수 없는 뿌리 얕은 나무에 불과한데 어떤 근거로 그런 낙관적 기대를 갖고 있었는지 모르나 그렇게 여유작작해 보이던 한국 정부도 이제 슬슬 걱정스러운 신호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혹여 뒤늦게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며 국가 부도위기 직전까지 갔던 그 시절처럼 정치일정에 맞추느라 국민을 속이는 철없는 짓을 한 것이라면 정말 한국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

실상 그런 의심이 안 드는 바도 아니다.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정부 측에서도 솔솔 경제위기에 대한 염려를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아무리 새누리당이 이번 내곡동 대통령 사저 문제나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한 검찰수사가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 같은 수사결과를 내놓은데 대해서도 특검을 검토한다는 둥 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려 애쓰지만 현 정권은 새누리당을 지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정조사를 하자는 야당에 대응하려 특검을 들고 나선 새누리당의 현 정권과 선긋기가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하는 정당, 그 정당을 가려볼 국민의 안목이 올 대선을 결정지을 테지만 국민 여론은 종종 경제문제를 뒤로 돌리고 정치기사만 전면에 내세우는 메이저 언론의 여론조작에 힘없이 끌려가곤 하니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어떤 정치상황, 경제상황이 닥치든 그 책임은 정권을 선택한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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