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올림픽’ 응씨배 결승 '티켓'…이창호·박정환 '격돌'
‘바둑올림픽’ 응씨배 결승 '티켓'…이창호·박정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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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한국이 ‘바둑 올림픽’ 응씨배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7회 연속 결승에 오른 쾌거다. 30여 년을 한국바둑이 올림픽 결승무대에 오른 셈이니, 자축할만한 대단한 저력이다.

지난 6회까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 등 당대 최고의 기사들이 한 번씩 우승을 거머쥐면서, 한국은 이 대회에서 무려 다섯 번 우승을 차지했다. 단 한번 중국에에게 우승을 내줬을 뿐이다. 첫 대회 우승자인 조훈현 9단은 한국 바둑사상 전무후무한 카퍼레이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7회 대회는 웬지 힘겨워 보였다. 최근 한국 기사들의 성적이 과거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불과 1주일 여 전 열린 비씨카드배 세계대회에서 한국의 랭킹 1위 이세돌 9단(비씨카드배 2회 우승)이 중국의 신예 당이페이 4단에게 막혀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다른 정상급 선수들의 대중국 경기 성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한국바둑은 그나마, 홀로 남은 백홍석 9단의 분전에 힘입어 체면은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대회 우승경력이 없는 백 9단은 이른바 '힘바둑'을 구사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투형 기사. 백 9단은 노련한 반면 운영과 특유의 공격력으로 18세의 나이에 결승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의 복병 당이페이 4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백 9단은 5전 3선승제로 치뤄지는 번기 승부에서 첫 판을 내줘 우승에서 멀어지는가 싶었지만, 2국부터 상대를 몰아부쳐 3대1로 당이페이의 기세를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비씨카드배에서 백 9단이 우승했지만, 응씨배에 대한 전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가 바둑계에 감돌았다. 백 9단의 비씨카드배 우승은 그야말로 적진에 홀로 남아 일궈낸 것으로, 한국바둑의 전반적인 실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선수층이 두텁고, 특히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막강한 10대 기사들이 즐비하다. 한국 기사들에겐 기존의 강자라고 할 수 있는 구리, 쿵제, 셰허 등이 여전히 껄끄러운 상대다. 여기에, 기보는 물론 이름마저 생소한 다수의 10대 신예들이 언제 괴력을 발휘할지 모르는, 그야말로 매판마다 안개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그런 전세다.

랭킹1위 탄샤오를 비롯해 비씨카드배 예선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른 미위팅(중국 랭킹 56위), 그리고 판팅위 등이 그 대표적인 기사들이다. 반면, 한국은 박정환 9단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박 9단도 바둑세계에서는 결코 어리다고 할 수 없는 약관의 나이인데다, 몇차례 우승 경력까지 갖고 있다. 엄격히 말해, 이미 '신예'딱지를 뗀지 오래다.

그러나, 우려속에 시작된 응씨배에서 한국바둑은 다시한번 저력을 발휘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일정부분 대진운도 따랐지만, 그 또한 실력이 아닐까?    
 
27일 타이완 타이베이시 응씨교육기금회에서 벌어진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이창호 9단(37)이 노익장(?) 발휘했다. 타이완의 장쉬 9단을 226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물리치고 4강에 선착했다.

이 9단은 마치 자신의 전성기를 방불케하는 노련한 반면운영으로 대국이 시작된 이후 단 한번도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고 완승을 일궈냈다. 이날 경기만을 놓고 보면, '돌부처의 부활'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바둑 내용이 좋았다. 이 9단의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이날 박정환 9단(19)도 8강전에서 일본의 조치훈 9단을 184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꺾었다.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는 조 9단. 그는 이날도 더벅머리에 수염을 기른 특유의 모습으로 대국에 임해 시선을 끌었다. 조 9단은 중반까지는 우열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을 잘 짜고 나갔으나, 박 9단의 회심의 일격에 결국 '옥쇄'를 선택하고 말았다. 조 9단의 '관록'이 박 9단의 '총기'를 넘기에는 역부족인, 그런 한판으로 보였다.  

이날의 승리로 한국의 이창호 9단과 박정환 9단은 3번기로 치러지는 준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7회 연속 결승 진출의 대기록을 이어감은 물론, 6번째 우승 가능성도 그만큼 높여 놓았다.

한편, 다른 조에서는 중국의 2인자 셰허 9단과 이세돌 9단을 꺾은 신예 판팅위 3단이 각각 자국 선수인 구리 9단과 탄샤오 7단을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역시 준결승전에서 자국 선수들끼리 결승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치르게 된다.

결국, 제7회 응씨배도 결승전은 이미 한중전으로 압축됐다. 한국 바둑계와 팬들의 관심은 '한국이 잘 할 수 있을까?'에서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한중 양국의 향후 바둑판도를 가늠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대결이 양 국 바둑계와 팬들을 벌써부터 흥분시키고 있다. 3번기로 치러지는 응씨배 준결승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으나, 7월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응씨배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4억 7000만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다. 명예가 돈의 가치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40만 달러의 사나이'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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