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국내 보험사, 'M&A 사냥' 나선다
"위기는 곧 기회"…국내 보험사, 'M&A 사냥' 나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NG·아비바그룹 해외법인 매각
"시너지 창출이 핵심 과제"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보험그룹들이 해외법인 매각에 나서는 등 크게 휘청이고 있다. 이에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잇따라 해외법인 매각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수의 글로벌 보험그룹들이 유동성 마련 차원에서 한국시장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네덜란드 ING그룹은 ING생명 아·태법인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에 착수했다.

ING그룹의 해외법인 매각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제금융 투입 대가로 해외 보험사업을 처분하도록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KB금융지주를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금융사들과 AIA, 미국 푸르덴셜 및 메트라이프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아·태법인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해외보험사 기준으로 AIA, 푸르덴셜, 알리안츠에 이어 수입보험료 4위권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태국, 인도에서 영업 중이다.

영국 1위 보험그룹인 아비바그룹도 한국시장 철수와 함께 대만, 미국 법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인의 경영난이 영국 본사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재무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단기간 성과창출 가능
이처럼 글로벌 보험그룹들의 해외법인 매각이 잇따르자 국내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감안할 때 현 유럽발 재정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일본 노무라그룹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유럽, 중동, 아시아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위상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에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실패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라는 리먼 브러더스 인수의 시너지 효과로 2009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2009년 4분기(10~12월) 해외 사업부문 수익 규모가 일본 국내 수익을 처음으로 앞지른 이후 2년여간 일본 수익보다 많은 해외 실적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을 인식해 해외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 법인을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면 단기간 내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선임연구위원은 "자본금이 충분한 보험사들이 해외 법인 M&A로 수익창출을 꾀하는 것은 보험산업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특히 아시아 지역은 생명보험 침투도 및 성장가능성이 높아 수익창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걸림돌 희석"
사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한 지는 26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2010년 총 수입보험료대비 해외매출 비중은 0.22%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전세계 50여개 나라에 진출한 프랑스 AXA, 일본 동경해상 등의 해외사업 비중은 20∼70%에 달한다.

또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의 지난해 말 해외점포 당기순손실은 1600만달러로 전년대비 손실규모가 22.0%(290만달러) 증가했다. 생명보험업 실적 기준으로 193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대비 손실폭이 23.0%(360만달러) 확대됐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보사들도 해외에 진출한 국내 회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거나 자동차보험시장에 진출하는 등 적극 나서왔다. 그러나 6개 손보사의 지난해 상반기 수입보험료 중 해외점포 비중은 0.5%에 불과한 수준이며, 당기순익은 자연재해로 인해 2009년 1600만달러에서 2010년 800만달러로 감소했다.

이같은 국내 보험사들의 부진은 해외시장 분석 미비, 현지화 전략 실패, 영업채널 구축 미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법인을 인수할 경우 이같은 장애요인이 크게 희석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오랫동안 현지에서 영업을 해온 기존 보험사들의 경우 일정 수준의 영업채널과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임준환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영업에는 정치적 위험, 환위험 등 여러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에 M&A시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 시너지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철저한 대비책 없는 M&A는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