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의원-③ 무계획, 무책임한 공적자금 조성
이성헌 의원-③ 무계획, 무책임한 공적자금 조성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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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20일. 이 날 제6차 경제대책 조정회의가 열렸다. 회의 주제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종합대책에 관한 것. 이 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건 처음으로 공적자금 조성 논리가 이 회의에서 도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 분위기에서 조성된 공적자금 투입 논리는 이랬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되 과감성과 신속성 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융부실이 기업부실과 맞물려 이어지는 구조적인 악순환을 해소할 수 있다.

시기를 놓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금융경색이 장기간 지속되면 경제회복이 어려워지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즉, 금융부실은 단순한 금융산업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경제체제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구조조정은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자금은 금융기관이 최대한 자구노력을 통해 자체 조달하되 부족분은 재정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재정 지원 방식은 약간 수정됐다. 지원재정을 일반재정에서 한꺼번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논리에 부딪친 것. 때문에 공공채권 발행을 통한 방식이 낫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이 방식이 채택됐다. 어느 정도의 정부 부담은 불가피했다. 공공채 채권이자 비용부담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외국 사례까지 제시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지원해야 할 부실채권 규모를 산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간 연구소와 정부의 산정 규모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다. 1998년 초 관련 전문가들은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를 130조원에서 300조원(한경연)까지 추정한데 반해 정부는 부실채권 규모를 118조원으로 산정, 공적자금 규모를 64조원으로 산출했다.

결과적으로 2002년 10월 현재 총 투입된 공적자금은 정부 예측과 달리 무려 157조1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어떤 근거에서 64조원이라는 공적자금 산정했는지 앞으로도 논란거리로 남을 것이다.

특위 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난 98년 3월말 현재 정부는 전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는 68조원으로 추정했다. 향후 부실채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여신까지 포함해 합친 불건전 여신은 대략 118조원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중에서 증자 내지 자산매각, 해외합작 등의 기업 자구노력으로 부실채권 일부를 탕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실채권은 100조원으로 축소된다.
당시 정부는 부실 채권 100조원 처리 방식과 관련, 50조원을 금융기관이 손실로 떠안아야 하며 나머지 50조원 중 25조원은 부실 기관이 자체적으로 매각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파악했다. 남은 25조원은 성업공사에서 매입해 정리하는 방식으로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공공채권 발행으로 부실채권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32조5천억원, 예금보험공사 31조5천억원을 각각 발행해 모두 64조원을 조성키로 한 것이다.
98년 9월 2일 1차 공적자금 잔여분 33조원에 대한 정부 보증이 국회동의를 받아 64조원의 공적자금이 조성돼 완료된 것이다.

그런데 공적자금 추정 과정에서 많은 하자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98년 5월 20일 제 1차 공적자금 조성규모를 결정할 당시 기업부도가 급증해 이에 따른 금융부실이 확대되는 추세인데다 이에 앞서 같은해 5월 2일 IMF와 FLC(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를 99년 1월 1일(실제 99년 12월 31일 시행됨)부터 시행키로 약속했었다.

FLC는 금융기관의 신용위험 관리와 부실채권 발생의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금융기관의 여신자산에 대해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연체기간과 부도여부 등 금융거래실적을 종합적으로 감안, 건전성을 분류하는 체제다. FLC 도입은 종전에 정상으로 분류됐던 여신를 부실여신으로 재분류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사실상 정상여신이 부실여신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따라서 FLC 도입은 공적자금 산정에 중요 변수였는데도 정부와 재경부는 이를 무시한 채 공적자금을 산정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경부는 공적자금 규모 산정 과정에서 IMF와 약속한 FLC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아예 이를 무시한 채 공적자금을 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재경부는 FLC 도입을 무시한 채 98년 3월말 현재 은행, 종금, 보험, 증권, 상호신용금고(현 상호저축은행), 신협, 투신 등 8개 금융권역 별을 대표하는 협회를 통해 불건전 여신(3개월 이상 연체) 규모를 118조원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당시 금감위도 8개 권역중 신협과 투신의 부실규모는 파악조차 하지 않았은 채 6개 금융기관만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부실 산정은 곧바로 파국을 맞이했다. 1차 공적자금 조성에 이어 얼마 있지 않아 2차 추가 조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는 99년 8월 대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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