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1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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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로 인한 대량 인명피해 사고로 인해 온나라가 심난해 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언론을 통해 참사현장을 접하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 시민들이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 지하철 이용객이 평소보다 줄었다느니, 같이 타고 있는 승객들이 모두 잠재 방화범으로 보인다는 극한 소리도 들려온다. 대형 참사에 따라 당국은 대책 마련에도 서두르고 있다. 피해자 보상은 물론이고 모든 지하철을 방연 방열 재료로 바꾼다는 계획도 잡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형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사고-통탄-대책-‘또’ 사고 의 악순환을 걷게 되는 것 아닌지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공사현장 가스폭발, 성수대교 붕괴 등 무고한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 사고 이후에도 당국은 대책마련에 분주했으나, 결국 대형 사고는 재연됐기 때문이다.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사고가 빈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고 이후 마련한 대책이라도 제대로 수립하고 또 지켰더라면 유사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도 나타난다. 은행들은 지난 IMF 외환위기 이전 기업여신을 과도하게 또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지원하다가 함께 몰락했다.

이후 살아남은 은행들은 이전의 모습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고 각종 시스템을 도입해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들어간 돈도 한 두 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2년 넘게 은행들은 또 가계대출에만 주력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시장은 포화상태인데도 마구 대출을 해주고, 신용카드는 1인당 4장 넘게 보급이 되었는데도 누구하나 나서서 먼저 리스크를 관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예전 코스닥 거품 때와 마찬가지로 ‘폭탄돌리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지난해 은행들은 근근히 플러스 이익을 냈지만 충당금과 대손상각 등으로 수조원을 까먹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이제 모두들 SOHO를 비롯해 중소기업대출에 나선다고 난리들이다. 기업여신에 이어 가계대출도 포화상태에 이르자 나타난 모습들이다.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데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왜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바로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안전시설 및 설비를 등안시하다 수백, 수천명의 인명이 희생을 당하고, 또 당장 자신의 자리 보위나 남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경영을 하다 수백, 수천억원의 돈을 잃는 이런 모습은 하루바삐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잔재들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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