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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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3일, 금융감독원이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검찰은 뱅크런 등을 우려해 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의 추가 영업정지 저축은행 명단 발표가 있은 후에 공식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지만 이미 해당은행 경영진에 대한 출국금지 등 사전조치는 취한 상태라고 한다.

무진회사→상호신용금고→저축은행으로 외형적으로는 공금융의 틀을 갖췄으나 문제가 된 저축은행 대주주나 경영진의 행태는 여전히 무진회사 시절의 사금융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동안 상호신용금고로 제도금융의 틀 안에 들 당시의 경영진이나 대주주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해서 거액을 들여 은행을 차지했음직한 새로운 대주주와 경영자들이 푼돈 빌려주며 일수 찍던 시절의 사고방식을 답습하는지 안타깝다.

법 안에 있으면서 법을 능멸한 대주주와 경영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마땅하다. 차명 차주들을 이용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부실대출을 하고 대주주 자기대출이나 분식회계 등을 저지른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법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다. 그 돈이 어떤 돈인가. 금리 좀 더 받겠다고 맡긴 서민들의 피 같은 돈 아닌가. 그런 돈이 대주주들의 호화 사치 놀음으로 탕진됐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번번이 드는 궁금증이 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그처럼 은행 돈을 쌈짓돈인양 멋대로 쓸 때 감독기관은 대체 어디서 뭘 했을까.

그런 분노에 뒤따르는 또 다른 궁금증은 정부나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사회적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태생도 다르고 규모도 다른 저축은행에 대해 시중은행과 같은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은 합당한 일인가. 어차피 당국에서도 저축은행은 못미더워 해서 갖은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 데 차별적 규제를 하려면 역할과 기대 또한 그만한 차이를 둬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금감원의 검사에 대해 저축은행들은 “문 닫게 하려고 작정한 검사”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는 데 그들이 조목조목 따지는 대목을 보면 그런 분노가 이해되기도 한다. 우선 대출 자산 분류에 있어서 기준 시점이 오락가락한 예도 그렇고 단기간에 거액의 충당금을 쌓도록 강제한 대목도 저축은행에 대한 당국의 시각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번 추가 퇴출 발표대상 저축은행들의 경우 앞서 영업 정지된 사례들과는 달리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비리 문제가 초점이 아니다. 저축은행의 부실화를 막는 것이 목표였다면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몇 단계의 시정 권고 시한을 현실성 있게 제시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런데 촉박한 시간 내에 총 자산 규모에 육박하는 충당금을 쌓으라 한다거나 검사할 때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요구가 계속 변하면서 옥죄어 가는 모습은 마치 고문을 하는 것처럼 비친다.

저축은행들의 경영부실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걱정해왔던 문제이기에 문제가 된 저축은행에 대한 처벌과 규제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혹시라도 대형 시중은행 외의 모든 중소형 은행들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금융수요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은행 문턱이 아득한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저축은행이 필요하다. 서민들의 푼돈 저축에 별 관심도 없는 시중은행의 낮은 예금금리, 그렇다고 달리 재테크할만한 수단도 없고 그만한 규모의 자산도 안 되는 서민들, 그들에게도 저축은행은 여전히 유용하다. 저축은행 마저 사라지면 그 수요까지 더 높은 금리의 대부업체를 찾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저축은행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 금융사로 서민들 곁에 남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행여 한국 경제가 몇몇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불안한 구조이듯 금융업도 그렇게 만들려는 의도라면 그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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