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SK증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임상연
  • 승인 2003.02.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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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로 그룹 지원 중단···총체적 위기 직면
재무구조 고객신뢰도 악화 등 홀로서기도 곤란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으로 그룹 전체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SK증권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타 다른 재벌계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그 동안 SK그룹으로부터 적지않은 지원을 받았던 SK증권이 이번 검찰수사로 인해 홀로서기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SK증권의 홀로서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그룹 지원이 막히면서 신규사업 추진은 물론 자산운용 브로커 등 기존 사업의 유지, 확대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JP모건과의 이면계약 사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부분 외국 금융기관이나 외국인과의 거래는 해당 증권사보다는 그룹의 인지도와 자금력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재벌 계열 금융기관을 해당 그룹과 별도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없듯이 그룹 지원이 막히면 그만큼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이 업계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것도 홀로서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SK증권은 주식부문 위탁점유율이 2%대로 업계 중하위권에 속해있고 선물, 옵션 등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위탁부문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상태다. 이밖에 자산운용, IPO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더욱이 그룹 지원이 전면 중단될 경우 주요 사업인 위탁부문에서의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증권의 영업구조를 살펴보면 영업수익중 수수료 수익이 63%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수탁수수료 수익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영업수익 규모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지난 3분기 수수료수입은 증시침체로 전분기 대비 5억원 가량 감소한 881억원을 기록했으며 인수주선수수료, 수익증권취급 수수료 모두 전분기보다 하락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온라인 및 전환증권사의 출현으로 SK증권과 같은 중소형사의 위탁점유율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검찰수사로 인한 SK그룹의 지원 중단은 SK증권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으며 버팀목이 사라진 것과도 같다고 말해 독자생존 가능성도 희박함을 시사했다.

SK증권의 부실한 재무상태는 이 같은 우려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자본 부분잠식에 빠진 SK증권은 이번 JP모건과의 이면계약으로 1천억원 가량의 특별손실이 발생,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자본총계는 1천713억원으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매출액 감소까지 겹쳐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SK증권은 올 3분기에서도 89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업계 최저를 기록하는 등 대외적인 신인도 마저 상실해가고 있다. SK증권의 주가는 지난주 1천100원대에서 다소 상승한 1천210원을 기록했지만 주당 액면가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여전히 업계 최저다.

한 증권사 기획담당자는 이번 SK의 이면계약은 어떤 상황하에서 어떻게 진행됐느냐 보다는 소액주주와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점에서 증권사에게는 큰 약점이 될 것이라며 사건 해결에 따라 파장은 다소 다르겠지만 투자자들에게서 한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란 쉽지 않다며 향후 SK증권의 험로를 예견했다.

증권업계나 SK증권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어느 선에서 끝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이미 SK증권은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13일 금감위로부터 12억원 정도의 과징금과 주의적 징계조치 등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주장처럼 이번 사건이 SK그룹간 부당지원과 부당내부거래, 배임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SK증권 등 관련회사에 대한 징계조치도 영업정지 등 극한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검찰수사 방향에 따라 징계수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해 징계 재조정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선 최선과 최악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어떤 결과든 SK증권의 생존이 힘들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사건 전말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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