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혹 떼려다 혹 붙인 생보협회
[기자수첩] 혹 떼려다 혹 붙인 생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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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융소비자연맹의 변액연금 수익률 계산 방식은 객관성이 떨어진다. 또 수익률을 공시하기 전에 협회와 사전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는 없었다." <생명보험협회>

"'생명보험상품공시위원회'가 정한 공시기준대로 정확히 산출했다. 또한 생보협회와의 사전협의는 지난 1월 진행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생보협회와 금소연간의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을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급기야 생보협회는 금소연에 대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나섰으며, 최근에는 금융위에 보험업법 위반에 대한 행정조치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금소연은 "일개 영리목적의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소비자단체에 대해 '사전협의'를 주장하는지 개념이 의심스럽다"며 깎아내리기로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핑퐁게임은 생보협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행정조치 요구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생보협회를 비판하며 외면해버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12일 " 땅콩만한 단체 하나 이기지 못하고 형님을 찾아와 해결해달라는 것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냐"며 "업계가 반론권을 행사하겠다고 해야지, 당국한테 이르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금융위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지 협회를 위해 일하는 곳은 아니다"며 "당국이 먼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야말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업계에서도 생보협회가 사태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결국 협회가 얻는 상처가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생보협회가 생보업계를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불똥이 업계 전체로 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생보업계에 등돌린 금융당국이 개선사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보험사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을 잘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본 후 개선할 점이 있으면 개선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전후를 살펴보면 생보협회가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인 꼴이 된 것이다.

물론 생보협회의 주장처럼 변액연금보험은 10년, 20년 이후 해약해 수익을 얻는 저축성 상품이 아닌 노후대비가 목적이다. 퇴직 이후 매월 보험금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납입한지 10년이 됐다고 해약하는 사람들은 전체 가입자대비 비중이 적다.

생보협회가 금소연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상품의 본래 목적과 가입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비판의 화살은 어디로 향했을지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최소한 '혹'을 붙이는 일은 없었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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