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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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들의 고단한 삶은 이미 수없이 묘사되어 왔다. 청년실업률은 전체실업률의 2배를 웃돌고, 저임금 노동자 중 청년층의 비중은 단연 압도적이며, 2030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삼포세대를 넘어 삶포세대라는 말이 헛되지 않는다. 97년 IMF를 기점으로 시작 된 사회적 변화들은 모두에게 가혹했으나, 새파랗게 젊다는 것만 한 밑천인 청년들에게는 유독 고통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2007년 88만원 세대와 함께 세대론이 대두되고, 사회 문제에 관심없이 스펙만 쌓는 이들이란 의미에서 ‘멍멍이’라는 욕까지 들었지만, 실제로 청년들의 불안한 오늘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던 2010년 3월,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탄생한다.

힘겨운 이들이 서로의 상처에 공감하고, 세상에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이다. 2년간의 고군분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성과들을 만들어왔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편의점의 실태를 알려내고, 청년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피자업체의 30분 배달제를 폐지하고, 커피숍 파트타이머들의 체불 된 수당을 되찾았다.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승리의 반대편에서, 청년유니온은 엉뚱한 암초를 만났다. 그 암초 이름이 ‘고용노동부’인가 그럴 거다. 노동3권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노동조합 설립 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구직 중인 자나 실업 중인 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라는, 같잖은 이유를 들먹이며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을 4차례나 반려했다. 구직자의 노동3권과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을 인정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행정소송 판결도, 고용노동부의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판단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고용 문제와 사회적 고용 문제 캠페인 등은 굳이 노조가 아니어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문제"라며 청년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한 몽니를 유지했다. 그러나 청년유니온이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의 형태를 선택하든, (노조가 아닌) 비영리단체의 모델을 지향하든, 그건 청년들의 선택이다.

확실한 건 고용노동부 측에서 가타부타 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청년들이 노동3권 한 번 가져보겠다고, 그리하여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만든 것이 청년유니온이다.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성전'이며 '구국의 결단'인가. 아이들 밥 주는 일에 돈 쓰기 싫다며 울먹거린 '전' 서울시장의 모습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교착 상태에 빠진 청년들의 노동조합은, 작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 보궐 선거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새로이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서울 청년유니온의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결국 2012년 3월 1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서울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의 설립을 신고하였음을 증명합니다"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서울지역의 청년유니온은 정식노조로 승인 된다.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들의 노동3권이 인정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몽니로 전국단위 법내 노조의 위상에는 도달하진 못했으나, 새로운 판이 만들어진 것은 확실하다. 노동3권을 무기 삼아 전경련과의 교섭에 나서는 청춘의 역습을 꿈 꿔도 좋다. 청년들의 노동조합을 청춘의 객기라 비아냥거린 이들 앞에, 우리는 청춘의 승리를 증명할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우리들은 더 큰 승리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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