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수수료체계 개편안 '문제 투성이'
금감원 은행 수수료체계 개편안 '문제 투성이'
  • 황철
  • 승인 2005.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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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만 적용시 수수료 되레 상승, 도입취지 무색.
부익부 빈익빈 초래...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권고대로 일률적으로 원가에 근거한 수수료 책정시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수수료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개선안은 은행 수수료를 원가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부과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전문가에 의뢰해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Best Practice)’을 마련하고, 은행 자체적으로 원가계산시스템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증을 받게 한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10여 가지에 달하는 산출 기준을 무시하고 오직 원가에 근거해 수수료를 책정하라는 것은 시장경제를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수료 책정은 원가 외에도 적정이윤 보장성, 경쟁은행 수수료율과의 비교검토 등 여러 기준에 의해 전략적으로 책정된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수료 책정은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 전략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해 정해진다”면서 “당초 금융당국이 수수료 자율화를 용인한 것도 비이자 이익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 등을 유도한다는 취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원가에 의해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경우 개별 은행들의 경영여건 등에 따라 오히려 수수료가 인상되는 등 당초 취지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시중은행들이 너나없이 수수료 현실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수수료의 상당부분은 원가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 “원가에 근거해 높은 수수료가 책정됐을 때, 금감원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시중은행들의 경영여건이 재각각 달라 개별 은행들의 수수료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 은행들의 고객이탈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은 이미 자율화된 수수료 문제를 금융당국이 나서 시정지시를 내리는 것 자체가 명백한 경영권침해이며 관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방카 논란 등을 겪으면서 정부 정책에 강한 불신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은행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마저 대두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수료 개선안의 명분으로 내세운 ‘금융이용자들의 선택권 확대와 수수료 부담 완화’라는 측면은 소비자보호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주력해야 함에도 파퓰리즘에 휩싸여 본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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