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두번 울린 이동통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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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이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리고 마치 엄청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와 제조 3사는 보조금이 많은 휴대전화가 소비자 유인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용해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려 공급가와의 차이만큼 보조금으로 지급, 소비자로 하여금 고가의 휴대전화를 싸게 구입한 것처럼 느끼게 '꼼수'를 부렸다.

업체별로는 SKT가 200억원대로 가장 많은 과징금 제재를 받았으며, 삼성전자(142억원), KT(51억원), LG유플러스(29억원), LG전자(21억), 팬택(5억원) 순이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물게 된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즉각 반발했다. 출고가에 판매촉진비용을 포함한 것일 뿐 가격부풀리기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100만원에 육박하는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보조금 혜택'에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소비자들은 분명 사기당한 기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KT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실시, 단말기 출고가를 10만원 가량 낮췄다는 것. 페어 프라이스란 고객에게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의 공정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다.

KT는 페어 프라이스 도입 배경으로 '보조금의 실질적 혜택이 제조사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설명대로라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통신부분 영업이익 8조2700억원도 통신사와 제조사간 '짜고치는 고스톱' 때문에 가능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후 KT는 "국내 최초로 페어 프라이스를 시행한 이후 휴대폰 출고가 인하 등 고객 혜택이 늘어나고 타 통신사와 제조업체의 동참으로 이동통신 시장에 선진 유통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자평까지 했다.

하지만 KT 역시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공정위의 조사기간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이지만 KT는 지난해가 돼서야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했다. 뒤늦게 공정 가격제를 시행했다고 지난 과오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KT가 페어프라이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9년말 아이폰 단독 판매를 계기로 SKT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면서 업계 1위 탈환을 목적으로 페어 프라이스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것.

즉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보다 경쟁사 이미지 훼손을 위한 '마이너스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KT는 페어 프라이스 도입을 계기로 10만원 안팎의 출고가 하락 효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했지만 공정위는 무려 최대 20~30만원이 부풀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KT도 다른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단말기 가격을 높여놓고선 '페어 프라이스'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두번 기만하는 일이다.

사실 그동안 통신사들은 보조금 지급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사용하지도 않는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등 폭리를 취해왔다. 이번 사건으로 통신사들은 매년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 논란에도 더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사실상 국내 독과점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손쉽게 털어온 통신사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아이폰 효과' 처럼 해외시장에서 통신업체를 모셔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그간 취해온 폭리 일부분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안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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