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아리 뿐인 자본시장법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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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보통 토론회가 열리면 국회의장과 위원장 등이 찾아와 축하 인사를 하곤 했는데…"

정책 토론회를 주최한 이사철 의원이 참석한 국회의원 수가 기대에 못미치자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꺼낸 말이다. 지난 13일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정책 토론회는 그저 업계의 입장만 늘어놓는데 그친 '쓸쓸한' 토론회였다.

결코 참석자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참석자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꽉 매울 정도로 몰렸다. 고위급 인사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행사의 주관을 맡은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석 삼성증권 사장,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업계의 참석자는 화려했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사 및 유관기관측 관계자들로 정치권 인사 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서는 주최자인 이사철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소속의 이성헌 의원과 김용태 의원 3명이 이날 참석한 국회의원의 전부였다. 야당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며 여당 법안심사소위 소속의 의원조차 5명 중 4명이 불참했다. 선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바쁜 탓이라지만 여당에서조차 반응이 없었다.

토론 내용도 큰 반향 없이 그간 나왔던 얘기들의 재탕이었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낼만한 학자나 시민단체가 참가하지 않아 토론은 참석자 전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토론 없는' 토론회가 됐다.

이런 분위기는 이후 질의응답까지 이어졌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용감한 애널리스트 한 분이 손을 들어 금융투자회사의 대형화가 IB의 핵심인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것 아닌지? 대형화보다 정부의 정책기조인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으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나 답변은 무자비했다. 토론 패널 중 한 분은 "자신이 IB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말한 다음 "미국은 큰 나라다. 우리와 많이 다른 나라다. 거기서 나온 문제를 우리가 같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질문을 일축했다. 첫 질문이 무참히 짓밟히자 다른 질문은 나오지도 못했다.

행사를 주관한 금투협의 미진한 준비도 아쉬운 대목이다. 박종수 회장 취임 이후 첫 국회토론회인 만큼 신경을 썼다지만 전반적으로 서툴렀던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 의원회관에는 5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왔지만 토론회 자료는 딱 400부만 찍어서 기백명의 토론회 참가자들은 자료도 없이 맨손으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또 VIP용 자료도 따로 준비하지 않아 2시 꼭 맞춰서 온 VIP가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는 단 1부의 자료를 기다리느라 회장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에 멀뚱하게 서있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다. 국회의원을 모셔야 '짝' 소리가 나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 '짝' 소리가 난다. 다음에 열릴 정책 토론회는 업계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리는 '소리 없는' 토론회가 아니라 '짝' 소리가 들리는 토론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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