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해진' 증권범죄 양형안… 전문가들 "역부족"
'엄격해진' 증권범죄 양형안… 전문가들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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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파급력, 고의성 등 고려해야"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모 기업에 투자해 해당 기업의 허위 공시, 내부자 거래로 큰 손실을 봤습니다. 그 기업을 상대로 민사를 진행했고 항소심까지 갔는데 고작 대표에게 1000만원 벌금 판결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이번 양형기준안에 기대가 컸는데 기대에 못 미칩니다."(양형안 공청회 참석자)

법조계가 증권 금융범죄와 관련해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양형안에 대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조차 양형안 강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1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증권 금융 및 교통 범죄 양형 기준안'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일반 시민들의 의견까지 듣기 위한 자리로 양형위 역시 '증권시장의 중심인 한국거래소에 개최된 점이 각별하다'고 의미를 뒀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양형범죄안의 큰 틀은 형종과 형량 기준의 세분화로 요약된다. 증권범죄의 경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시세 조정,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범죄와 함께 공시의무 위반, 회계정보 변조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 침해범죄 이 두 범주로 나눠진다.

가장 악질인 범죄를 놓고 보면 형량이 종전보다 무거워진 것은 맞다. 만일 공정성 침해 범죄 중 피해규모가 300억원 이상 범죄시 가중사유까지 더해지면 최대 13년 징역형이 가능해졌다. 금융범죄 역시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 임직원에 대한 증재 등에 따라 형량이 세분화됐다.

일례로 160만주의 주식으로 100차례 통정매매를 통해 부당이이득 8억원을 챙긴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했지만 새로운 양형기준안을 적용하면 3~6년 징역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양형안이 기대보다 강도가 덜하다는 지적을 했다.

먼저 지정토론자로 나선 고창현 변호사는 "자본시장 공정성 범죄 중 위반행위로 이득이 양형 기준으로 정해진 것은 의문"이라며 "최근 사회에 미칠 영향이 컸고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보인 북한 경수로 유입설을 퍼뜨린 사례 역시 시세 차익은 2700만원이라 양형안대로라면 고작 징역 1년 미만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자 거래와 시세 조정도 나눠서 양형을 적용해야한다고 문제제기했다. 고의성과 영향력이 다른 만큼 주당조정액, 행위 양태, 집단성 여부 등이 포함되야한다는 것.

김세형 금투협 자율규제위원 역시 보다 강도높은 양형기준의 엄격함을 요구했다. 해당 기업의 대주주가 어느 정도의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더 명확하게 처벌 규정에 포함해야한다는 참가자들과 뜻을 같이했다.

그는 "양형안 기준대로라면 피해금액 300억원에 가중 시 13년 징역형이 최대"라며 "하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의 실세 손실은 20조원이었고 150년 징역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과연 이번 양형안이 알맞은 구간 설정인지 생각케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제무제표의 경우 분명히 시세조정보다 더 많은 처벌을 받아야 된다"며 "대상 기업의 피해액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역시 "자본시장 공정성 침해 범죄는 일반 사기범죄보다 조직적 사기범죄에 준해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함께했다. 현재 규정상 일반 사기범죄의 양형기준은 조직적 사기범죄보다 형량 강도가 덜하다.

한편, 이에 대해 양형위 측은 유형분류 등 이날 지적된 사안들은 이미 검토했던 사안인만큼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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