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언론플레이 '신물난다'
교묘한(?) 언론플레이 '신물난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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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신문 기자생활 석달째다. 하루 일과를 11개 신문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까마득한 신참이니 他紙 선배들이 무슨 기사를 썼나 확인하는 것은 선배에 대한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하며 지면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기사에 대해서는 정말 예의를 갖춰야 할 지 의문이 생기곤 한다.

2월 14일자 C일보에는 100년 전통 백악관 기자실이라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생기게 된 배경과 기자실 내에서 기자들과 대변인간 얼마나 치열하게 신경전이 벌어지는지 현장 상황을 생생히 담아냈다. 제3세계 마이너신문 기자가 보기에는 마치 예전 방송드라마물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자 의구심이 일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왜 하필 기자단 특집인가.

지난 달 21일 노무현시대 언론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노조, 프로듀서연합회 주최로 한국언론재단에서 개최됐다. 여기서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신정부의 언론개혁 방안으로 기성신문 중심의 기자단 해체와 인터넷 신문 기자의 청와대 출입 허용 등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무슨 마음으로 기자단 해체를 제안했을까.

백악관 기자실은 공식 출입기자만 200여명에 앞쪽 자리 48개는 소위 잘 나가는 언론의 고정석이라고 한다. 기사에서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묻는다.

좌석배치를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의 보수성향을 대변하는 폭스 뉴스 등이 특혜를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백악관 기자협회장 밥 딘스가 대답한다.

사실과 다르다. 백악관기자협회는 좌석배치가 공정했는지 미리 검토했다. 폭스 뉴스는 그 동안 시청률이 높아져 영향력이 신장됐으므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것이다.

한 마디로 공정하게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그럼 한국 상황은 어떤가.

한국에서 청와대 기자실은 소위 조중동을 필두로 한 유력 일간지가 차지하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어 이들 고정석에 해당하는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불러주면 다른 기자들이 받아 적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득권 지위가 새정부 들어 흔들릴 지도 모르게 됐다.

물론 이 기사를 워싱턴 특파원 단독으로 기획했는지 서울 본사 데스크에서 취재를 지시했는지 알 도리는 없다. 그러나 취재 의도는 너무나 속 보인다.

김대중 정권 초기 C일보는 언론사 세무 조사 등 언론개혁 조치들에 대해 국제언론인협회(IPI)를 끌어들여 한국 언론이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며 국제여론을 선동,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언론개혁이 확실시되는 노무현 정권 초입에서는 백악관기자단협회를 끌어들였다.

비단 이 뿐이라면 확대해석이나 오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루 평균 적어도 한 기사 이상씩은 의도가 의심스러운 기사들이 신참 기자 눈에 발견된다. 13일자 신문에는 정권 지지 언론·그렇지 않은 언론 차별대응 우려있는 건 사실이라는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데스크의 몫이지만 언론이 正道를 벗어났느냐의 판단은 독자 몫이다. 기자이기 이전에 독자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傷心의 마음이 동시에 교차한다.

기자생활 석 달째 신참. 교묘한 언론플레이에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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